‘월가 쇼크’ 美대선가도 최대 이슈 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9월 17일 02시 55분



매케인 “ 펀더멘털 튼튼”에

오바마 “특권층 경제” 비판


미국 대통령선거를 50일 앞둔 15일 민주 공화 양당의 대통령후보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위기를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대선의 최대 이슈로 꼽혀온 상황에서 이번 금융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박빙 승부의 판가름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첫날 공방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펀더멘털(fundamental)’ 발언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매케인 후보는 이날 오전 플로리다 주 유세에서 “매우, 매우 어려운 시기지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 아직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며 “다시는 미국이 이런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월가를 깨끗이 청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콜로라도 주 유세에서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라며 “매케인은 우리 경제가 아직 건강하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경제를 말하는 거냐”고 비판했다. 매케인 후보를 특권 계층으로 묘사해 오던 차에 호재를 만난 것이다.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부통령 후보도 미시간 주 유세에서 “하루 종일 길을 걸어도 우리 경제가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을 매케인을 제외하곤 한 명도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는 또 “영화를 보면 항상 속편이 더 나빠진다. 흔히들 (41대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를 ‘부시 41’로, 아들 부시를 ‘부시 43’으로 부른다. 매케인은 ‘부시 44’다”고 비판했다.

수세에 몰린 매케인 후보는 오후 유세에서 “미국 경제는 위기다. 실업률은 오르고 있고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다”며 “내가 펀더멘털이라고 한 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근면한 미국 근로자들,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 자영업자들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도 “월가가 책임 있게 운영되지 못하는 동안 워싱턴이 잠들어 있었다”며 조지 W 부시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이번 금융위기는 일단 여당 후보이며, 경제에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인식돼 온 매케인 후보에게 불리한 국면이다.

하지만 오바마 후보에게 반드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비난과 진부한 수식어 대신 신뢰할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큰 위기 때 미국을 맡기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일 수 있다.

한편 그동안 매케인 후보는 메릴린치 직원들로부터 30만 달러를 모금한 것을 비롯해 월가에서 총 700만 달러를, 오바마 후보는 리먼브러더스 직원들의 모금액 37만 달러를 비롯해 월가에서 총 1000만 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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