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려한 전대 뒤엔 후원금 파티

  • 입력 2008년 9월 8일 02시 55분


양당 주지사協전대장-호텔서 비공개 VIP 모임… 수백만 달러씩 모금

#장면1

1∼4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 엑셀에너지센터의 관중석 2, 3층에는 투명유리로 된 특실이 있다.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스카이 박스’ 등으로 불리는 이 공간에선 전당대회 기간 내내 연미복을 입은 남자들과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여성들이 모여 연회를 즐기면서 행사장을 내려다보며 연설을 듣곤 했다. 당 관계자들은 “평소 정치헌금을 많이 낸 VIP 후원자들을 위한 특별 공간”이라고 귀띔했다.

#장면2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지난달 25∼28일 콜로라도 주 덴버의 고급 호텔 연회장들은 밤마다 빈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모임이 열렸다. 취재진은 접근할 수 없는 이들 모임은 정치인과 핵심 후원자들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26일 밤 개최한 심야 연회처럼 1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형 모임부터 정치인과 기업인, 정치컨설턴트들이 네트워크를 맺는 소규모 모임까지 다양했다.

미국의 전당대회는 이미 정해진 후보와 정강정책을 공식 추인하는 형식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당대회는 그 화려한 베일 뒤에서 인맥 연결, 정치자금 모금 등 ‘정치 산업의 공장’ 역할도 한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5일 민주당 주지사협회가 전당대회 기간에 총 500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주지사협회도 나흘간 모금액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렀다.

연방 공직에 출마한 정치인들은 정치자금 개혁법으로 1인당 2300달러 이상을 받을 수 없지만 주지사협회는 한도 없이 정치헌금을 받을 수 있다. 주지사협회는 정치헌금의 대가로 기부자들이 주지사와 주 정부 관리들을 만나 친교를 나눌 기회를 제공한다.

선거자금 감시단체인 정부연구센터의 로버트 스턴 씨는 “전당대회는 특수 이익을 관철시킬 절호의 장으로, 기업들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와 전당대회의 ‘공생관계’도 지적된다. 미국 주요 방송들은 전당대회를 거의 생중계하다시피 한다. 한 정치평론가는 “선거 열기가 고조되면 될수록 선거자금이 더 많이 걷히고, 결국 자금의 대부분은 TV 광고로 집행된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엔 당의 예비내각(섀도 캐비닛) 참여 브레인들이 일부 제한된 초청자를 상대로 비공개 정책토론회를 연다. 전당대회 기간에 나오는 숱한 연설을 전체 전략과 기조에 맞게 조율하는 기능을 맡는 외곽그룹도 활동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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