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스파이 21세기엔 없다

  • 입력 2008년 9월 3일 02시 57분


위조여권… 선글라스… 적국 잠입?

외교관 등 합법적 신분에

기업 ‘사설 스파이’도 각광

냉전시대가 끝난 지 20여 년.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스파이들의 첩보 활동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야간에 적국으로 잠입하거나 여권을 위조하던 과거와 달리 21세기 스파이들은 합법적 신분으로 자유롭게 해외를 오가는 경우가 늘었다. 최근엔 기업과 이익집단에 고용된 ‘사설 스파이’가 각광받자 사설 첩보 산업도 뜨고 있다.

▽뚜렷한 신분, 은밀한 임무수행=짙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어딘가 위축돼 보이는 간첩 이미지는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옛날 영화에서나 보게 될지도 모른다.

영국 정보기관 국내정보부(MI5)는 합법적 신분으로 입국한 러시아 간첩이 영국 정부의 대테러 방지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보고서를 합동정보위원회(JIC)에 제출했다고 일본 시사월간 ‘더 팩타’ 9월호가 보도했다.

MI5는 런던의 러시아 대사관을 거점으로 현재 30명 이상의 스파이가 외교관 직함을 내세워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영국 내에서 활동 중인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이 체첸자치공화국 내 이슬람을 선동하는 것을 막는 공작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러시아의 무역단체나 기업의 직원 신분으로 영국으로 들어오는 스파이들도 최근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MI5는 영국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 정부기관 관계자의 5분의 1가량을 스파이로 추정할 정도.

▽각광받는 첩보 산업=영국 월간 ‘뉴스테이츠맨’ 8월호는 국가 정보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사설 스파이와 첩보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설 스파이들은 기업이나 이익집단의 돈을 받고 이들과 갈등관계에 있는 환경단체 등의 사회단체에 회원으로 가장해 들어가는 것이 특징. 이들은 내부 정부를 빼돌리거나 조직 체계를 분열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사설 첩보업체 ‘딜리전스’의 한 간부는 “영국의 각종 사회단체에 소속된 활동가 중 사설 스파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25%에 이른다”고 말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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