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 ‘태풍’

  • 입력 2008년 9월 1일 02시 59분


유권자 이목 사로잡아…선거기부도 급증

민주당, 인사압력 의혹 등 약점 쟁점화 시도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 지명자가 미국 대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정치무대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 ‘변방’인 알래스카 주지사 경력이 2년이 채 안 될 정도로 무명인사여서 미국 언론들은 주말 내내 그가 누구인지를 소개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일단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페일린은 올해 4월 출생한 다섯째 아들이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출산을 한 사실이 입증하듯 강력한 낙태반대주의자이면서 미국총기협회(NRA)의 종신회원일 정도로 열렬히 총기보유를 주장해 왔다.

주지사 취임 첫날 전임 주지사가 구입한 제트기를 팔아 치운 뒤 승용차로 알래스카 곳곳을 누빌 정도로 개혁성을 갖췄고 농구선수(고교시절)→미인대회 입상(대학시절)→스포츠 리포터 등 변화무쌍한 경력도 화제다. 사랑을 위해 고교시절 애인인 현 남편과 졸업 6년 후인 1988년 ‘야반도주’를 할 정도로 순정주의적인 면모도 갖췄다.

‘페일린 효과’도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케인 선거캠프의 스티브 슈미트 선임보좌관은 지난달 30일 “(페일린의 부통령 후보 지명이 발표된) 29일 하루 동안 400만 달러의 선거자금이 온라인으로 접수됐다”며 “지금까지 하루에 인터넷으로 100만 달러 이상 모금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허를 찔린 민주당은 알래스카의 핵심 당원들이 부랴부랴 페일린 주지사에 대한 검증 자료 수집에 나서는 등 페일린 주지사의 바람을 ‘찻잔 속 태풍’으로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페일린 주지사가 직무를 이용해 여동생의 전 남편인 경찰관 마이크 우턴 씨를 해고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주의회가 이 문제에 대한 조사를 결정한 사실을 쟁점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민주당은 페일린 주지사가 2001년 부지사 도전 당시 부당한 방법으로 선거자금을 모금했다는 주장을 공론화해 그의 개혁성에 의문을 제기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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