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등 돌리나… 말로만 “오바마 적극 지원”

  • 입력 2008년 8월 9일 03시 01분


올해 초 미국 뉴햄프셔 주 세인트 앤셀럼스대에서 열린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버락 오바마 후보가 지켜보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두 사람 간의 미묘한 갈등이 오바마 후보의 승리로 끝난 경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올해 초 미국 뉴햄프셔 주 세인트 앤셀럼스대에서 열린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버락 오바마 후보가 지켜보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두 사람 간의 미묘한 갈등이 오바마 후보의 승리로 끝난 경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한 호텔 연회장.

민주당의 단합을 호소하기 위해 연단에 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수많은 지지자가 마음과 영혼을 다해 날 지지했고 수많은 밤을 함께 지새우며 어디든 나와 함께했다. 단번에 스위치를 끄듯 그 모든 것을 중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단순한 아쉬움의 표현이라고 하기엔 뭔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몇 주 전 뉴햄프셔 주 ‘유니티(화합)’ 마을 유세에서 대선 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어깨동무를 하고 “최선을 다해 오바마 후보를 돕겠다”던 모습과는 다소 대조적이었다.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은 6일 ‘힐러리는 정말 (대권) 꿈을 접었는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힐러리 의원과 오바마 후보 간의 미묘한 갈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은 힐러리 의원 측 인사의 말을 인용해 “양측의 관계가 좋지 않고 개선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나아가 힐러리 의원이나 그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 후보의 대선 승산 가능성에도 내심 회의적이라는 것.

오바마 후보의 ‘자질’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최근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5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후보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질문에 “누구도 대통령이 될 준비가 돼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답변해 파문을 낳았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 씨는 “(멋진 남성을 의미하는) ‘잇 가이(It guy)’ 오바마의 등장에 대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질시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경선 내내 자신을 ‘인종주의자’로 치부한 오바마 캠프 측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오바마 후보가 힐러리 의원의 경선 빚(2000만 달러 이상)을 청산하기 위한 모금활동을 지원키로 했지만 이후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불만을 사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타임은 전했다.

경선 과정에서 힐러리 의원이 쏟아낸 ‘반(反)오바마 발언’이 최근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 선거광고에 도입된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매케인 후보 진영이 7일 시작한 인터넷 선거광고에는 힐러리 의원이 “매케인 상원의원은 백악관에 가져갈 수 있는 평생의 경험을 갖고 있지만 오바마는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2002년 연설이 고작”이라고 꼬집은 장면이 들어 있다.

터커 바운스 매케인 캠프 대변인은 이날 “향후 광고에서도 (경선 과정에서 힐러리 의원이 쏟아냈던) 이 같은 오바마 관련 발언들이 추가로 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힐러리 의원의 발언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문을 의식한 듯 오바마 후보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힐러리 의원과 함께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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