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동유럽MD계획에 ‘쿠바-북극 재진출 카드’로 맞불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러시아군의 해외 팽창설(說)을 퍼뜨려야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요즘 러시아 정치 지도자와 군 수뇌부는 이런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수시로 “러시아군이 냉전시대처럼 쿠바와 북극 기지를 다시 사용할 것”이라는 얘기를 꺼내고 있다.

안드레이 클리모프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장은 2일 “러시아가 쿠바 문제에 개입할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그의 발언은 러시아군의 쿠바 진출설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이에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달 26일 쿠바에 공군기지를 건설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를 공식 부인한 적이 있다.

지난달 러시아 언론들은 익명의 군 고위 장성을 인용해 러시아군의 해외 팽창설을 잇달아 보도했다.

이즈베스티야는 지난달 30일 “TU-140(별명 ‘백조’) 전략폭격기가 쿠바 공군기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인테르팍스통신도 같은 날 “정치적 결정만 내려진다면 러시아의 TU-160 핵 폭격기가 쿠바에서 급유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해외 팽창설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전략미사일군 사령관 출신인 빅토르 예신 예비역 대장은 1970년대 소련이 개발한 우주궤도 미사일 얘기를 꺼내며 “미국이 설치하는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기지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금까지 제기된 군사 팽창설은 근거가 부족하거나 불가능한 프로젝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군사전문가 알렉산드르 골츠 씨는 “러시아 전략폭격기는 장거리 급유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쿠바에서 급유를 받는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주궤도 미사일 재개발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대규모 미사일 생산시설이 가동된 적이 없다”며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

그럼에도 이처럼 해외 팽창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미국의 동유럽 MD 계획에 대항해 러시아의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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