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 “신입생들이여 안식년을 즐겨라”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러서 자연보호… 中서 무술수련… 남미서 봉사활동…

해외봉사-이색체험 급증… 한국 어학연수와 대조

미국에서 1년가량 학업을 떠나 해외에서 봉사활동이나 이색 체험을 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젊은 시절 외국에 나가 돈을 벌고 견문도 넓히는 ‘학생 안식년(Gap Year)’이 익숙한 개념이다. 한국 중국 등 동북아에서는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휴학을 하는 학생이 많다. 그러나 미국 젊은이들은 최근까지 형편이 달랐다.

미국에서는 고교를 졸업하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게 당연시되며 65%가 넘는 대학생이 학비 융자를 받는 만큼 남는 시간에 부지런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

그러나 최근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학생 안식년을 갖는 학생이 급증하면서 이를 돕는 컨설팅 기관이 늘어났다. 대학들도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공영라디오 NPR와 워싱턴포스트 매거진 등은 학생 안식년을 신청한 대학 예비신입생이 최근 크게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 주 스워스모어 칼리지는 학생 안식년 신청 예비 신입생이 전년도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신청 동기는 각양각색이다.

올가을 유명 대학에 진학하는 제임스 클라크(17) 군은 입학하자마자 휴학하고 티베트에 갈 예정이다. 이어 중국에서 무술을, 남아메리카에서 스쿠버다이빙을 배울 계획이다.

클라크 군은 NPR방송 인터뷰에서 “이력서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고 해보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미의 펭귄 서식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니콜라 렌츠셀러 양은 “펭귄에게 얼마나 많이 할퀴고 물렸는지 모른다”며 “그래도 ‘편한 것’만 추구하던 것에서 벗어나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학생 안식년을 택했다”고 말했다.

학생 안식년 컨설팅 회사인 ‘테이킹 오프’는 최근 수년간 매출이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최소 수백만 원이 드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학생이라면 학생 안식년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를 감안해 프린스턴대는 1년간 해외에서 공공봉사활동을 하는 신입생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브리지 이어(Bridge year)’ 프로그램을 최근 도입했다. 대학 측은 10%가량의 신입생이 이 제도를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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