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7월 19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지난달 마누셰르 모타키 이란 외교장관은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에게서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한다면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주겠다’는 문서를 전달받고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영국 프랑스 등 6개국이 서명한 이 문서에 이란과 30년 동안 외교를 단절해 온 미국의 외교 수장인 라이스 장관의 서명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모타키 장관은 “건설적이고 논리적인 행동을 통해 공통된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긍정적인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
이 답신을 본 라이스 장관은 이란이 전쟁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대화를 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딕 체니 부통령,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과 논쟁을 벌이고 설득했다.
그 결과 이란에 미국의 이익대표부 설치, 이란 핵 협상에 윌리엄 번스 국무차관 파견 등의 성과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신문은 라이스 장관의 이런 노력을 네오콘에 대한 ‘쿠데타’라고 평가하면서 “이라크전에 있어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시녀처럼 굴었던 그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을 막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라이스 장관의 ‘변신’에 대해 신문은 “이란과의 전쟁을 막는 데 성공한다면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라이스 장관이 부통령 자리를 맡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의 향후 정치적 입지와 연관지어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라이스 장관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이란이 국제사회로부터 혜택을 받는 대신 핵 개발에 대해 양보할 의지가 있는지 시험해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EU가 이란의 최대 은행인 멜리은행의 자산을 동결하는 등 추가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자 이란의 태도가 한결 유연해진 것을 보고 라이스 장관이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