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쿠타가와상 첫 중국인 작가 양이 씨

  • 입력 2008년 7월 16일 22시 24분


양이 씨(왼쪽), 이노우에 아레노 씨
양이 씨(왼쪽), 이노우에 아레노 씨
소설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으로 수상 영예

일본에서 신인 작가에게 주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 올해 수상작으로 중국 여류작가 양이(楊逸·44) 씨의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이 15일 선정됐다.

일본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은 외국인이 아쿠타가와상을 받기는 이 상의 73년 역사상 처음이다. 중국인의 수상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하얼빈 출신으로 22세 때인 1987년 일본에 유학 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본어를 배운 양 씨는 명문 오차노미즈대를 졸업한 뒤 중국어 강사로 일하며 소설을 썼다. 지난해 처음 일본어로 쓴 소설로 신인 문학상을 받고 아쿠타가와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번에 두 번째 작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은 1980년대 후반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학생운동에 참가한 중국인 대학생이 중국과 일본을 무대로 이상과 현실의 틈새에서 고민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중편소설.

양 씨는 수상 통보를 받고 “감격을 금할 수 없다”며 “동생에게 수상 소식을 전하니 ‘잘못 안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번 수상에 대해 일본 문학계에서는 성인이 돼 일본어를 배운 작가가 일본어로 쓴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본 문학의 개국(開國)을 알리는 사건’이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편 중견작가를 대상으로 한 문학상인 나오키(直木)상에는 이노우에 아레노(井上荒野·47) 씨의 ‘채굴장으로’가 선정됐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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