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jour France]센강 박물관… 바캉스철 파리는 방랑자의 천국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대부분의 프랑스인은 여름 바캉스 철에 4주씩 휴가를 떠난다. TV 앵커도, 아파트 경비원도 ‘정확히’ 4주씩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전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채우면 더 이상 파리는 일상의 공간이 아니다. 센 강은 해변으로 변하고 야외 곳곳에서는 밤마다 음악이 연주되며 영화가 상영된다. 그래서 파리는 한여름에 더욱 빛난다. 한여름 파리의 진수를 즐길 수 있는 명소들을 살펴본다.》

파리장 휴가 떠난 도심 명소들

○파리-플라주(Paris-Plage)=플라주(plage)란 해변을 뜻하는 말. 노트르담 성당이 자리잡은 파리 한가운데 시테 섬 근처 센 강 우안(右岸)이 21일부터 8월 21일까지 한 달 동안 인공 해변으로 변한다. 진짜 해변처럼 모래가 깔리고 파라솔과 의자가 놓이며 카페와 무도장도 들어선다.

올해는 조성 200주년을 맞는 라빌레트 저수장 인근에도 플라주가 들어서 인공 해변이 2배로 늘었다. 저수장에서는 카약 요트 등 수상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파리는 사회당 소속의 베르트랑 들라노에 시장이 낸 아이디어에 따라 2002년부터 여름마다 플라주를 만들고 있다.

○건축 및 문화재 박물관(Cit´e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건물 속에 건물을 집어넣는다’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박물관이 13년의 공사 끝에 지난해 문을 열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성당의 일부가 실물 크기의 물라주(moulage·주물로 본을 떠 석회를 재료로 원형처럼 만든 것)로 전시돼 건물의 숲을 이룬다. 1850년 이후 근현대 건축은 축소 모형으로 전시돼 있다. 없는 게 하나 있다면 에펠탑. 그러나 박물관이 위치한 샤이오 궁은 파리에서 에펠탑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꼽힌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창밖에 ‘실물로 전시된’ 에펠탑을 볼 수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Mus´ee de l'Orangerie)=후기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대표작인 ‘수련’ 연작 중 가장 큰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본디 튈르리 공원 안의 식물원이었으나 모네의 수련을 전시할 목적으로 개조됐다. 6년간의 리노베이션 공사 끝에 2006년 다시 문을 열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모네의 작품을 자연 채광 속에서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다. 루브르나 오르세, 퐁피두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의 절반은 태어나서 처음 박물관을 찾는 사람이라는 분석이 있다. 모처럼 누려보는 박물관 체험에서 너무 많은 명작에 ‘과식’할 수도 있는 만큼 이곳에서 모네의 그림에만 푹 빠져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생마르탱 운하(Canal Saint Martin)=‘파리를 다 보았다’고 말하려면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약간 위험한 동북쪽 지역도 가봐야 한다. 이곳에서 오히려 옛 파리의 정취를 더 많이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바스티유 광장 쪽 포르 드 라르스날(Port de l'Arsenal)에서 생마르탱 운하를 따라 유람선을 타고 간다면 관광객이라도 크게 염려할 일은 없다. 유람선은 운하를 중심으로 좌우에 놓인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통과한다. 수로에서 물을 채우고 빠져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도착지인 라 빌레트 저수장에서 플라주를 즐길 수도 있다.

○베르사유 성(Chateau de Versaille)=프랑스에서 가장 멋진 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가장 멋진 성을 꼽는다면 단연 베르사유 성이다. 이 성에서 ‘늘 공사 중’이라는 불평을 들어온 ‘거울의 방’이 지난해 완전히 보수를 끝냈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관광객이 너무 많기 때문에 궁전 내부를 보려면 뙤약볕 아래서 1∼2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거울의 방에 들어가 봐야 관광객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는 진면목을 감상하기도 힘들다. 아예 궁전은 포기하고 정원으로 바로 가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거대한 십자형 운하를 한바퀴 돌아보는 편이 베르사유의 위용을 감상하기에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각종 무료 행사=파리-플라주가 시작되는 21일 파리 시청 앞에서는 파리 앙상블 오케스트라와 파리 오케스트라 합창단이 여성 지휘자인 사이언 에드워즈 씨의 지휘로 베토벤의 9번 ‘합창’을 연주한다. 무료 공연이다. 27일 샹젤리제 거리에는 자전거 경주 투르 드 프랑스의 결승선이 그어진다.

사크레쾨르 성당 앞, 트로카데로 정원, 보주 광장, 앙드레 시트로앵 공원 등에서는 8월 6∼24일 매일 오후 9시반 무료 영화가 상영된다. 파리 재즈 페스티벌이 뱅센숲 플로랄 공원에서 27일까지 이어지고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팝스타들이 출연하는 ‘센 강의 록’ 공연이 8월 28, 29일 생클루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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