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식량위기-신용경색 모두 미국 탓”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아무리 강한 미국이라도 세계 정부처럼 행동할 수 없다.”

7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세계 경제위기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서방국가들은 지난달 취임한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서 부드러운 말을 기대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현 총리)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국과 서방에 대해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는 세계 기업인 900여 명이 참석한 경제포럼에서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역할은 실제 능력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지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신용경색과 식량위기의 원인은 미국이 제공했다”고 주장했다고 8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전했다.

그는 또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몇몇 나라가 다른 나라의 국익을 무시하고 자신들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에 빠진 결과”라고 일침을 놓았다.

포럼에 참석한 칼로스 구티에레즈 미 상무장관은 “국제금융 위기에 대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언급은 과장돼 있다.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침체 국면을 경험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대통령의 거침없는 발언은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제 유가를 등에 업고 나온 것이라는 게 러시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세계 2위 산유국 러시아의 올 1분기(1∼3월) 수출은 고유가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6% 늘었다. 러시아의 수출품목 중 에너지 원료의 비중은 지난해 66.5%에서 올해 72.5%로 증가했다.

러시아 일간지 모스크바타임스는 “고유가 수혜국인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앞으로도 국제무대에서 공세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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