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필적할 그랜드 파리를 만들어라

  • 입력 2008년 6월 6일 20시 55분


'런던에 필적할 만한 그랜드 파리(Grand Paris)를 만들어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최근 건축과 도시계획 분야 최고 전문가 10명을 엘리제궁으로 초대해 '작고 낡은' 파리를 국제적인 대도시로 바꾸기 위한 구상을 6개월 안에 완성하라고 지시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6일 보도했다.

그는 전문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파리의 경계뿐만 아니라 파리를 통치하는 행정방식, 교통문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 미학까지 새로 디자인하라"고 주문했다.

엘리제궁은 '그랜드 파리' 구상을 위해 10명의 건축가들을 선발했으며 도시계획학 공학 사회학 철학 등을 전공한 전문가팀이 이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의 인구는 200만 명 남짓이고, 파리시와 외곽의 군소 도시를 잇는 교통망은 낙후돼 있다. 하루 수백만 명이 파리시 경계를 넘나들며 생활하지만 파리시와 외곽 군소 도시들이 행정주체가 달라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반면 파리가 라이벌 도시로 생각하는 영국의 런던은 땅 넓이가 파리의 15배이고, 인구도 718만 명으로 파리의 3배 이상이다.

그랜드 파리 계획에 대해 일각에서는 건축가 바이론 하우스만이 1850~1860년대 파리를 확 바꿔놓은 이후 가장 야심 찬 구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당시 하우스만은 비좁은 중세풍 거리들을 길고 곧은 거리로 탈바꿈시키는 대역사를 추진했다. 그는 또 파리를 둘러싼 외곽 지역을 파리에 편입시켜 오늘날의 파리를 만든 주역이다.

그랜드 파리 구상을 위한 10명의 건축가에 포함된 앙투안 그랭바슈 씨는 "미래의 모든 대도시들은 항구를 가져야 경쟁력이 있다"며 "영국 해협에 맞닿아 있는 프랑스 제2의 무역항 르아브르까지 파리에 편입시켜 그랜드 파리를 항구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취임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온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도가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그랜드 파리 구상과 같은 주요 정책의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7일 발행되는 르 피가로 매거진이 여론조사기관 TNS소프레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은 37%를 기록해 한 달 전(32%)보다 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취임 직후 지지율 65%의 높은 인기를 누렸으나 개혁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이혼과 재혼을 둘러싼 사생활 논란까지 불거져 지지율이 32%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나 최근 실업률이 감소하고 구매력도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라고 르 피가로는 분석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분기(1~3월) 실업률은 7.2%로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경제장관은 프랑스 앵포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