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추격 ‘中위협론’ 버리고 ‘성장 동반자’ 인정해야 활로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5월 28일 03시 01분



對中 경제협력 새 패러다임 찾아라

‘중국 위협론’에서 벗어나 전략적인 협력관계로….

한중(韓中)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추격자’라는 단선적, 대립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양국이 교역과 투자에서 균형을 갖추고 공동의 이익을 모색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 긴밀해지는 양국 경제교류

중국은 2003년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떠올랐다. 또 지난해에는 일본을 제치고 한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중국과의 원활한 경제협력 없이 한국 경제만 따로 도약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중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품목도 농수산물 의류 섬유 등에서 전기전자, 철강 등 자본집약적인 제품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전기전자 제품은 중국의 대한(對韓) 수출액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도 달라지고 있다. 중국은 외국인 직접투자 등을 통한 투자 주도형 성장에서 벗어나 내수시장의 소비가 주도하는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의 내수시장은 2001년 4조3000억 위안에서 2006년 7조6400억 위안으로 78% 커졌다. 하지만 중국 수입품 가운데 한국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1.6%에서 2007년 10.9%로 떨어졌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예전에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경쟁력이 약화된 국내 산업의 해외 이전기지쯤으로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 ‘중국 위협론’에서 ‘중국 견인론’으로

중국의 성장이 한국 제조업을 위협하는 것만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대(對)중국 수출에서 자본재 기계류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16.3%에 불과했지만 2006년 64.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간재 비중은 82%에서 33.8%로 감소했다.

한진희 KDI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중국의 수출이 늘면 한국 제조업의 생산이 감소하는 경쟁적 관계가 강했다”며 “최근에는 중국에 기계와 기계부품을 많이 수출하면서 중국의 성장이 한국 제조업 생산을 증가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매년 40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중국인 해외 관광객은 만성적인 한국의 관광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해 줄 ‘열쇠’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107만 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일본인 관광객(223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2006년 한국의 관광수지 적자(85억 달러) 중 23%는 대중국 적자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서울시내 차이나타운 설치 지원 △출입국 절차 간소화 △케이블카 설치규제 완화 △한중일 셔틀 항공노선 증편 등의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 에너지 자원 협력

한국과 중국이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국제 분업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중국이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품에 대한 중국의 높은 관세장벽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에너지 자원 분야도 양국이 협력해야 할 새로운 분야다. 한원커(韓文科)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에너지연구소 소장은 “에너지 자원 분야는 양국의 상호보완성이 크다”며 “발전, 전력 관련 설비기술 분야와 제3국 에너지 자원개발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국이 소모적인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에너지 확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한중FTA추진어떻게… ▼

한중 양국이 성장의 ‘파이’를 함께 늘릴 수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중 FTA 민간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중 FTA를 맺으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4∼3.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 대만 등 경쟁국과 비교해 중국시장 선점효과가 크고 최근의 대중(對中) 수출 증가세 둔화의 대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한국 재계는 한중 FTA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1월 수도권 300개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64.3%는 우선 추진해야 할 FTA로 한중 FTA를 꼽았다.

그러나 농수산물 분야에서는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 FTA 산관학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FTA로 쌀을 제외한 농수산물 전 품목에 10년에 걸쳐 관세가 없어지는 등 최악의 경우를 상정할 때 2020년 한국의 농업생산액은 2005년 대비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국내 농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채소 과일 등 민감품목을 배려하도록 중국 측을 설득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은 “중국 측 관세율이 높은 자본재와 소비재 분야에서 한국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관세인하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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