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1800원 절반을 집짓는데 써”

  • 입력 2008년 5월 23일 02시 55분


정부지원 구경도 못해… 무장군경 시내곳곳 검문검색

“20일 가까이 집을 다시 짓고 있지만 아직 멀었어요. 지금도 하루 일당의 절반은 여기(집)에 들어가죠.”

22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외곽의 한 마을에서 만난 라민(40) 씨는 “막노동으로 하루에 2000차트(약 1800원)를 벌어 절반은 식비에 쓰고 절반은 폐허가 된 집을 복구하는 데 쓴다”고 설명했다. 아내, 아이 8명과 함께 사는 그는 “정부 지원은 아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수백 채의 집이 붕괴돼 벌판이 된 이 마을 곳곳에서는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섭씨 35도를 웃도는 날씨에 강한 햇볕까지 내리쬐고 있었지만 남자들은 모자도 쓰지 않은 채 일에 열심이었다.

부녀자와 노인들은 흙바닥에 앉아 집을 짓는 데 쓸 대나무를 쪼개고 있었다. 아이들은 무너진 집터에서 부러진 나뭇가지를 땅바닥에 꽂으며 ‘집짓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 마을 이장 우웬테이(45) 씨는 “마을의 가옥 1600여 채 가운데 430여 채가 무너졌고 이 중 50채 정도는 복구할 엄두도 못낸 채 방치된 상태”라고 전했다.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가 이 마을 피해 주민들에게 구호물자를 나눠주며 재건을 돕고 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집 한 채 짓는 데 9만∼13만 원이 들지만 이곳 사람들로서는 쉽게 마련할 수 없는 큰돈”이라며 “미얀마 정부와 국제단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양곤 방문과 24일 헌법개정 2차 국민투표를 앞두고 미얀마 정부는 양곤 시내 검문검색과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무장한 경찰과 군인들이 3∼4m 간격으로 도로 곳곳을 지켰고 호텔과 상가, 관공서를 출입하는 차량과 사람들에 대해서도 일일이 검문을 했다.

미얀마 정부는 이날 양곤 시내 곳곳에 사복을 입은 비밀경찰과 정보기관 요원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에서 만난 도테이(34·여) 씨는 “투표를 하지 않으면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며 “이번 주말에 다른 지역에 다녀올 예정이었지만 투표일에 여행하는 것을 정부가 막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양곤=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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