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한국 엘리트고 학생들, 낭만은 시간낭비”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대원외고-민사고’ 美명문대 입학 비법 소개

“우수학생 뽑아 SAT고득점 공부 강요” 꼬집기도

대원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은 보통 학교에서 하루 15시간씩 공부에 열중한다. 졸음을 쫓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창문을 열어 둔다. 민족사관고등학교는 오전 2시에 기숙사 불을 끄지만 손전등을 켜고 새벽까지 공부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가 27일 1면 톱기사로 전한 대원외고와 민족사관고의 모습이다. 이 신문은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8개 명문대) 입학 기술을 가르치는 한국의 엘리트 학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명문대에 합격하기 위해 노력하는 두 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소개했다.

“온종일 공부해도 모자란 학생들에게 낭만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손을 잡고 걷는 남녀 학생에게는 ‘지금 뭐 하는 짓이냐? 너희들은 공부해야 해’라는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학생들 스스로도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니 연애감정도 생겨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신문은 “이들 학교가 아이비리그에 많은 학생을 합격시키는 공식은 간단하다”고 꼬집었다.

중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을 뽑은 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미국 대학에 진학할 꿈을 키우게 한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 필수적인 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끊임없이 공부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한국 학생들은 놀랄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대원외고 국제반의 2008학년도 SAT 평균점수는 2400점 만점에 2203점으로 미국 명문고 필립스 엑스터의 2085점보다 높았다.

하버드대 학부에 재학 중인 한국인은 37명으로 캐나다,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하버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에 다니는 한국 학생 103명 중 34명이 대원외고와 민족사관고 출신이다.

대원외고 교사인 조지프 포스터 씨는 “내 학생 중 가장 뒤처지는 학생이라 해도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신문은 “두 학교는 지금까지 해왔던 빡빡한 수업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족사관고는 기숙사에 설치했던 감시용 카메라를 제거하고 학교 건물에 붙어 있던 ‘공부하려는 학생에게는 천국이고, 공부를 싫어하는 학생에게는 지옥이다’라고 쓰인 글도 떼어 냈다. 대원외고는 1학년 학생들의 수업 시간을 단축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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