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6위안 시대’ 中물가잡기 정책, 한국물가에 불똥?

  • 입력 2008년 4월 10일 19시 41분


중국 위안화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이 10일 6위안 선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이날 위안화 환율을 전날 종가인 7.0017위안 보다 낮은 6.9920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환율이 6위안 밑으로 하락(위안화 가치는 상승)한 것은 2005년 7월 21일 중국정부가 고정 환율제를 제한변동 환율제로 전환한 이후 처음이며 2006년 5월 15일 7위안 대로 들어선 지 2년여 만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의 가치는 변동환율제 이후 15.5%가 절상됐으며 올해 들어서만 4.27%가 올랐다.

●미국의 달러 약세와 중국 물가 정책의 합작품

중국 정부는 치솟는 국내 물가를 잡기 위해 위안화 환율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월 7.1%에 이어 2월에는 8.7%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으며 3월에도 8.2% 올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상승률 4.8%를 올해 목표치로 잡고 있으나 달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중국 정부는 국내외의 금리차이가 커져 해외의 단기 투기성 자금이 유입될 것을 우려해 금리 인상보다 환율을 주로 인플레이션 억제 수단으로 쓰고 있다.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중심 금융연구소 바쉬(巴曙) 연구원은 "위안화 가치가 10% 오르면 수입 석유와 콩 돼지고기 등 가격은 10% 가량 내려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달 2일 중국을 방문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지난 수개월간의 위안화 가치 상승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해 위안화 절상 압력을 계속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을 막대한 대(對) 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줄일 좋은 기회로 보고 있는 것.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으로 미국 경제가 위축되고 연방기금 금리가 내림에 따라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세계 각국 화폐보다 떨어진 것도 위안화 강세의 원인 중 하나다.

●중국 가공수출은 타격, 중국과 경쟁하는 수출기업엔 유리

원화에 대한 위안의 가치는 2005년 7월21일 1위안 당 125.95원에서 이달 10일에는 1위안 당 139.32원으로 10.6% 올랐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중국 현지 공장에서 완성품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가공 수출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KOTRA는 최근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금액의 60%가 한국 본사에서 중국 공장으로 보내는 중간재 수출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 기업에는 긍정적이다. 중국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05년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달러화 대비 2% 오를 경우 한국 경제 성장률은 연간 0.03%포인트 오르고, 상품수지도 연간 4억 달러 가량 흑자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표민찬 수석연구원은 "중국도 수출품이 고급하고 있어 한국의 수출 상품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지고 있다"고 "중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 가격이 오른다는 측면에서 한국 기업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위안화 절상이 한국 경제에 미미하나마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지만 지금은 절상 속도가 워낙 빨라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인플레이션 자극 우려

위안화 절상은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금융연구원 송재은 연구위원은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가격이 더 높아지게 된다"며 "중국은 그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왔으며 위안화 절상은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수출 가격을 올리면 지난 10여 년간 저물가 기조 하에 안정적으로 성장해 온 미국 등 각 국에 회오리를 몰아칠 수 있다.

특히 원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의 수입업체들은 '이중고'를 겪게 될 전망이다. 국내 수입업체들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을 달러로 환전한 뒤 다시 위안화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위안화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위안화 강세가 지속돼 올 연말엔 위안화의 가치가 달러 당 6.3~6.7위안까지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2월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터드은행은 지난달 "내년에는 위안화의 가치가 달러당 5.9위안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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