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환자도 “꼭 투표”… 선거열기 후끈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8분


대만 내일 총통선거… 격전현장 르포

마잉주 “8년 실정 종식” 셰창팅 “三通점진 확대”

표 매수 의혹 제기등 혼탁… 상대공약 베끼기도

대만 총통선거를 이틀 앞둔 20일 여당인 민진당의 셰창팅(謝長廷·62) 후보와 야당인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58) 후보는 대만 제2의 도시인 남부 가오슝(高雄)에서 치열한 막판 대결을 벌였다.

북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남부 지역은 독립 성향의 본토인들이 주로 사는 곳으로 마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수도 타이베이(臺北)와 달리 민진당이 비교적 강세를 보이는 곳이다.

마 후보는 이날 러닝메이트인 샤오완창(蕭萬長) 부총통 후보와 하루 종일 가오슝 시내를 돌았다. 그는 “힘들었던 8년(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집권기간)을 끝장내자”며 셰 후보의 아성 공략에 집중했다. 셰 후보도 이날 오후 가오슝에서 가두 퍼레이드를 벌이며 남부 지역의 표 굳히기에 나섰다.

AFP통신은 20일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20% 정도의 격차를 보였던 두 후보의 지지율이 14일 티베트 사태가 터진 이후 계속 좁혀지고 있으나 마 후보가 결국 5∼6%의 표차로 승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각종 흑색선전이 난무하면서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셰 후보는 “마 후보가 투표 당일 4억7000만 대만달러(약 155억 원)를 풀어 표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정보가 입수됐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등 막판 판세 흔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특히 국민당 주석을 지낸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의 지지를 얻어낸 데 고무된 표정이다. 대만에서 여전히 큰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리 전 총통은 1월 총선에서 국민당이 압승을 거둔 점을 지적하며 “견제와 균형을 위해 이번 총통선거에서는 민진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황즈하오(黃志豪·27) 씨는 “최근 2, 3일 사이에 주변에서 지지자를 철회하고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부동층은 특히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권자들의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 투표에 참여하려는 대만인들을 위해 항공사들은 마카오 홍콩 제주를 거쳐 타이베이로 향하는 여객기를 추가로 편성했다. 병원에는 투표일에 외출 허가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상대 후보 지지자를 끌어오기 위한 ‘공약 베끼기’도 절정에 이르고 있다.

대(對)중국 협조 노선을 강조해 왔던 마 후보는 중국이 계속 티베트를 무력 진압한다면 올림픽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던 셰 후보는 “삼통(三通·통신 통상 통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중국 투자 기업의 제한도 풀겠다”며 국민당의 정책과 같은 공약을 쏟아놓고 있다.

타이베이=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유엔가입 막는 中에 끝까지 맞설것”

대만 행정원 대륙위 주임위원▼

천밍퉁(陳明通·사진)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주임위원(한국의 통일부 장관)은 20일 외신기자회견을 열어 “대만은 독립된 주권국가이지 중국의 일부분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이 유엔에 가입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키로 한 뒤 중국은 줄곧 대만에 정치 외교 군사적 압박을 가해왔다”며 “이것이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관계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직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대만은 절대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일부분이며 조국을 분열시키려는 책동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티베트 사태와 관련해 천 주임위원은 “중국은 티베트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며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의 유엔 가입과 독립을 위한 행보를 가로막는다면 우리는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베이=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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