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더티’ 뉴욕주지사 결국 사퇴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3분


고급 매춘조직을 통해 고액을 지불하며 성매수를 해온 사실이 밝혀져 파문을 일으킨 엘리엇 스피처(사진) 뉴욕 주지사가 12일 오전 11시 반(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을 발표했다.

스피처 주지사는 “공직자로서의 의무와 뉴욕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17일자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스피처 주지사가 사퇴함에 따라 흑인이자 시각장애인인 데이비드 패터슨 부지사가 남은 임기 동안 주지사로 일하게 된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11일자에서 스피처 주지사의 스캔들을 계기로 ‘정치인와 스캔들’의 함수관계를 분석했다.

미국 정치사에는 스캔들로 치명상을 입은 정치인이 수두룩하다. 백악관에서 인턴사원인 모니카 르윈스키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가 탄핵 위기에까지 몰렸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미모의 부인을 두고도 남자 부하직원과 동성애를 하다가 발각돼 2004년 사임한 제임스 맥그리비 전 뉴저지 주지사…. 이들은 왜 공들여 쌓은 경력과 가족 관계까지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무모한 행동을 했을까.

심리학자인 프랭크 팔리 템플대 교수는 “정치가들은 항상 바뀌는 유권자들의 변덕을 따라잡아야 하기에 대체로 위험을 감수하고 스릴을 즐기는 유형이 많다”며 “이런 점 때문에 정치인들은 때로 위험해 보이는 섹스스캔들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디 쿠리안스키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섹스와 권력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가장 원초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은 여자와 섹스를 탐하는 성향을 갖게 되기도 쉽다는 설명이다.

한편 스피처 주지사가 고급 매춘 서비스 ‘엠퍼러스 클럽’을 이용하는 데 그동안 지불한 액수가 8만 달러(약 7600만 원)로 추정된다고 AP통신이 익명의 수사담당자의 말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이는 지금까지 성매매 스캔들에 연루된 미국 정치인이 지불한 금액으로는 가장 많은 액수로 알려졌다.

스피처 주지사는 2006년 소득 신고액이 190만 달러일 정도로 부자여서 이런 돈을 마련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