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희망을 대출해주는 가수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아프리카 빈곤퇴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캠페인을 시작한 세네갈 출신의 세계적 뮤지션인 유순두르가 13일 기자회견 후에 홍보공연을 하고 있다.세네갈=박초희 기자
아프리카 빈곤퇴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캠페인을 시작한 세네갈 출신의 세계적 뮤지션인 유순두르가 13일 기자회견 후에 홍보공연을 하고 있다.세네갈=박초희 기자
유순두르, 세네갈서 ‘무담보 소액대출’ 빈곤퇴치 캠페인

“아프리카는 자선을 바라지 않는다. 갚을 수 있는 대부금을 원할 뿐이다.”

13일 세계적 뮤지션인 유순두르가 자신의 고향인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리카 빈곤퇴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성공한 사업가로도 유명하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은행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의 생업을 지원하기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제도.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가 이 운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네갈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캠페인은 유순두르가 설립한 신용협동조합 ‘비리마(birima)’가 맡는다. 비리마는 약속을 중요시했던 세네갈의 전설적인 왕의 이름. 비록 작은 돈이지만 소중히 쓰고 약속대로 갚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리마에서 돈을 빌리려면 각자 생업과 관련된 창업 아이디어를 낸 뒤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협동조합 관계자는 “세네갈의 대출 금리는 최고 27%이지만 비리마는 5%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세네갈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것은 경제성장률이 매년 5% 이상인 데다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나라로 꼽히고 있기 때문. 최근엔 중동과 중국에서 투자가 몰려들고 있다. 문제는 이 자금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아 실업률이 여전히 40%를 넘는다는 것. 유순두르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캠페인이 자영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순두르는 인터뷰에서 “내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듯 이 캠페인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주길 바란다”며 국제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이날 회견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200여 명의 기자가 참석해 가난 탈피를 위한 아프리카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봤다.

이 캠페인은 세계적 패션 기업인 베네통이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벤트와 콘서트, TV카툰 등을 통한 홍보도 맡고 있다.

최동환 주세네갈 대사는 “이 캠페인이 빈곤층의 자립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마지막 남아 있는 시장인 아프리카에 한국도 더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세네갈=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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