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 2,3세 “우리도 오바마”

  • 입력 2008년 1월 30일 03시 17분


미국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좌장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오른쪽)이 28일 워싱턴 아메리칸대에서 민주당 예비경선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지지’ 의사를 밝혔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씨와 함께 연단에 선 ‘검은 케네디’ 오바마 의원의 표정은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 왼쪽은 케네디 의원의 아들 패트릭 하원의원이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좌장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오른쪽)이 28일 워싱턴 아메리칸대에서 민주당 예비경선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지지’ 의사를 밝혔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씨와 함께 연단에 선 ‘검은 케네디’ 오바마 의원의 표정은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 왼쪽은 케네디 의원의 아들 패트릭 하원의원이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아메리칸 드림 상징”… 후원조직 결성 잇따라

교민사회 대선 열기… 힐러리엔 80만달러 모금

《#장면 1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교민 김모(49) 씨는 최근 고교생인 아들에게 신용카드를 빌려 줬다. “카드를 꼭 써야 할 곳이 있다”며 카드를 받아 간 아들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 후원 사이트에 들어가 후원금 50달러를 카드로 결제했다. 평소 정치나 사회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던 아들은 “오바마 의원이 꿈꾸는 ‘로비에 물들지 않고 갈가리 찢기지 않은 미국’이 무척 멋있어 보인다”며 ‘오바마 팬’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아들뿐만이 아니었다. 집에 놀러온 아들 친구들은 “‘오바마 열풍’ 자체가 전 세계에 미국을 엄청나게 선전해 주는 일 아니냐”고 김 씨에게 말했다.

#장면 2 “힐러리 캠프에서 SOS를 보내왔습니다. 한인들이 뜨거운 지지를 보내 줍시다.” 이달 초 뉴욕, 뉴저지의 교민 언론매체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캠프의 자원봉사자를 긴급 모집한다는 안내광고가 실렸다. 3일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3위에 그친 데 이어 8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후보에게 열세인 것으로 나타나자 힐러리 후보 캠프가 한인 커뮤니티에 지원을 요청한 것. 이에 ‘뉴욕 시 힐러리 후보 후원 한인 커뮤니티’ 박윤용 공동대표를 비롯한 교민 9명은 7일 버스를 빌려 뉴햄프셔까지 달려가 가가호호 방문하며 힐러리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 레이스가 재미 한인 커뮤니티를 후끈 달구고 있다.

태평양 건너 한국의 선거철이 되면 ‘○○○ 후보 미주 후원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막상 미국 정치엔 무덤덤했던 예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여성과 흑인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선두 다툼을 벌여 흥행 열기가 고조된 데다 최근 수년간 이민법 개정 논란 등 이민자 커뮤니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 현안을 경험한 것이 대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특히 한인 2, 3세 사이에선 ‘열풍’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오바마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부의 캘리포니아 주 등에선 공식 후원조직 결성 움직임이 활발하다.

예일대 출신의 변호사 겸 경영컨설턴트로 인기 TV 프로그램 ‘서바이버’에서 우승해 주목 받았던 권율(32) 씨 등 아시아계 연예 및 예술계 인사 40여 명은 19일 네바다 경선에 앞서 오바마 후보 지지 모임을 가졌다.

한인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도 지지 촉구 동영상을 올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부지역 최초의 직선 한인시장인 뉴저지 주 에디슨 시 최준 시장은 일찌감치 오바마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오바마 캠프도 지난주 아시아계 커뮤니티에 편지(본보 28일자 A18면)를 보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소장은 “케냐 출신 아버지에게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에서 자란 흑인 정치인이 백악관 문턱까지 달려간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 사회의 인종적, 문화적 그릇의 확장을 가능케 할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한인 3세 변호사 K(38) 씨는 “열정과 지성을 겸비한 젊은 흑인이면서도 과거 흑인 지도자들의 과격한 이미지는 없다는 게 특히 소수계 커뮤니티의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드러난 것만 보면 아직은 힐러리 후보 지지세가 강하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의 한인사회에선 수년 전부터 힐러리 후원회가 활동해 왔다. 힐러리 후보는 1999년 상원의원 출마를 준비하면서부터 뉴욕 한인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 왔다. 지금까지 한인들이 뉴욕에서 모아 준 후원금은 80만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한인 커뮤니티의 대선 열기가 정치 참여 활성화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김동석 소장은 “유대계는 물론 인도 중국 등 다른 이민자 커뮤니티에 비해 한인들의 정치 참여는 아직 미약하며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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