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 원정 쇼핑’ 中 큰손들 북적

  • 입력 2008년 1월 22일 0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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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팰리세이즈 파크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 정도 올라가다 6번 도로로 빠져나가면 감청색 지붕의 흰색 집 100여 채가 나타난다. ‘숲 속의 작은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1985년 세계 최초로 명품 아웃렛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한 ‘우드베리 커먼 프리미엄 아웃렛’(우드베리)이다. 미국 최대 규모의 명품 아웃렛인 이곳은 뉴욕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의 단골 쇼핑코스이기도 하다.》

○ 미국인들은 지갑 닫았지만…

목요일인 17일 오후. 미국의 일반적인 쇼핑몰이라면 한가한 시간이다. 그러나 이날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도 불구하고 매장에는 사람이 많았다.

우드베리에서 매장 규모가 가장 큰 폴로 랄프로렌 매장엔 이미 물건을 고르고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이 50여 명이나 됐다.

6명의 직원이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밀려드는 손님이 많아 계산을 하는 데에만 1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주택경기 침체로 미국인들이 지갑을 닫았다는데 왜 우드베리에는 쇼핑객들로 넘쳐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해외 쇼핑객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폴로 매장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온 ‘검은 머리’ 관광객들이 미국인보다 훨씬 많았다. 다른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 외국어가 도처에서 들려왔다.

중국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오늘 폴로 매장에서만 200달러 이상 물건을 샀다. 옷이 너무나 맘에 든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 100여 개 국가 관광객들 몰려

우드베리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푸드 코트(여러 가지 음식 등을 파는 곳)에서 쇼핑한 물건을 포장하느라 바쁜 한 쇼핑객을 만났다.

영국인 관광객인 엘리자베스 헌터 씨는 이날 아예 샘소나이트에서 큼지막한 여행용 가방을 사서 가방 안에 옷들을 집어넣고 있었다. 헌터 씨는 “옷 신발 등 모든 것이 영국의 반값 이하”라며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한꺼번에 살 수 있어 좋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요즘 우드베리에서 떠오르는 ‘큰손’은 중국인과 유럽 관광객들이다.

중국은 신흥 부자를 중심으로 해외 관광객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또 유럽 쇼핑객이 증가하는 것은 달러화 약세로 미국에서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의 구매력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우드베리를 운영하는 첼시프로퍼티그룹의 미셸 로스슈타인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온 쇼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며 “최근에는 유럽 등 자국의 화폐 가치가 달러화에 비해 강세인 국가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 중국어로 안내 방송… 고객 끌어

우드베리에는 버버리, 구찌, 코치, 프라다, 페라가모, 라코스테, 샤넬 등 명품 브랜드 220여 개가 몰려 있다. 할인 폭은 일반 매장의 25∼65%. 세일 기간에는 할인 폭이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폴로 매장에서는 반팔 티셔츠가 40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버버리 매장에선 30% 할인을 해서 350달러(세금 미포함 가격)에 팔리는 여성용 코트도 눈에 띄었다.

버버리 매장의 한 관계자는 “버버리가 워낙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어 한국인들도 많이 찾지만 요즘 부쩍 늘어난 쇼핑객은 역시 중국 관광객”이라고 전했다.

중국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중요한 안내방송을 할 때는 영어와 함께 꼭 중국어 방송이 나올 정도다.

우드베리에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쇼핑객들이 오는 데는 미국 도시 중에서 해외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뉴욕에 인접해 있다는 점과 함께 쇼핑객들을 배려하는 마케팅 전략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예를 들어 근처 숙박시설과 제휴를 맺어 숙박하면서 며칠 동안 쇼핑을 하게 하는 패키지 상품도 있다. 또 맨해튼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근처 공항에 내리는 부자 쇼핑객들을 위해 특별 리무진 서비스도 제공한다.

부모들이 쇼핑하는 동안 아이들이 쉬면서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놓고 있다. 심지어 한국인 쇼핑객이 배가 출출할 때 김밥이나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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