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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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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선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반기문 총장. 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한국 뉴욕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1년을 돌이켜보니 제가 세상에서 가장 바쁘게 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기간에는 하루에 28건의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고, 열흘 사이에 120여 개국 정상급들과 회담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일할 때는 현안이 한반도 등 몇 가지로 정해져 있었죠.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은 달라요. 지구의 문제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미리 숙지하지 않으면 회담 자체를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공부해야 합니다. 사람 이름과 도시 이름은 물론 각국의 다양한 역사와 배경 등을 파악해야 하거든요. 취임 초기 파리에서 연쇄회담 도중 주머니마다 넣어뒀던 자료가 뒤섞이면서 잠깐 당황한 적을 빼곤 다행히 큰 실수는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취임 일성으로 솔선수범해 유엔의 일하는 문화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던 그는 개인생활에서도 ‘서류 업무를 하루 이상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사무실에서 끝내지 못한 일을 집으로까지 가져가는 일이 많아졌다. 지금도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4시간 반 정도에 불과하다. 급하면 오전 3시에 일어나 업무를 시작하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 1년간 반 총장이 이뤄낸 성과로서는 무엇보다 유엔 주도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낸 것이 꼽힌다.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사무총장 취임 준비를 하면서 ‘기후변화는 한 국가가 주도할 사안이 아닌 만큼 유엔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란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월 16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났을 때 처음 거론했습니다. 이후 국제사회가 모두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지요.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많았습니다. 이번에 발리 기후변화회의에서 채택된 로드맵은 길고 복잡한 과정의 시작에 불과하지만 국제사회의 공동대처 의지를 결집시켰다는 점에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낍니다.”
반 총장은 올해 중점 추진과제에 대해선 “2008년이 세계인권선언 채택 6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더욱 높이고 인권 보호를 위해 유엔 차원에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반 총장은 “국민의 성원에 대해 항상 고맙고 감동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이 공적개발원조(ODA) 증액과 평화유지군(PKF) 활동 등 정책적인 성원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를 희망합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통화했을 때 제가 이 문제를 거론하기도 전에 이 당선자가 앞으로 대한민국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혀 고마웠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으로 언제쯤 북한을 방문할 수 있을까. 반 총장은 “이 단계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남북 간 화해노력, 6자회담 진행상황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별도의 서명 없이 이름만 적혀 있는 연하장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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