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냐 석유냐’ 알래스카 갈등

  • 입력 2007년 12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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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잡자니… 유전 개발 막아야겠고

더 잘살자니… 개발 이익 누려야겠고

‘고래와 수백억 배럴의 석유, 둘 중 어느 것이 중요할까.’ 알래스카 북단의 해안 지역 원유 시추와 개발을 둘러싸고 거대 석유 업체와 에스키모 원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4일 “알래스카의 고래와 석유 갈등은 고유가로 새로운 유전(油田) 확보가 시급하지만 환경보호도 무시할 수 없는 지구촌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풀이했다.

알래스카 북쪽 보포트 해안에 사는 이누피아트 족은 매년 여름과 가을 고래잡이에 나선다. 다만 이들에게도 매년 고래를 60마리만 포획할 수 있도록 할당량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마저도 확보할 수 없는 위기를 맞았다. 이 지역에 약 27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정부의 합법적인 허가를 받은 석유 업계가 유전 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미국이 3년간 쓸 수 있는 규모다. 유럽 최대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은 미국 정부에 8000만 달러의 임차료를 지불하고 알래스카 해안 유전 개발 허가를 따냈다.

그러자 이누피아트족 현지 주민들과 환경 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석유 위치를 찾으려는 굴착 작업 때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북극고래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연방법원에 유전 개발 중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 내 석유 생산이 줄어들고 있어 이 지역에 대한 개발 허가를 내줬다.

이누피아트족 주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노스슬로프 배로의 에드워드 이타 시장은 “미국의 에너지 수요는 늘고 있고 이곳의 생활 방식 역시 돈으로 따지기 어려운 것”이라면서 “지독한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유전 개발은 원주민들에게도 이익을 주기 때문에 반대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노스슬로프 배로는 이미 육지에서 가동 중인 석유 산업을 통해 매년 9800만 달러의 세금을 거둬 예산으로 쓰고 있다.

연방법원은 7월 로열더치셸 측에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유전 개발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로열더치셸은 고래가 집중적으로 출몰하는 시기에는 굴착 작업을 중단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수백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원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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