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구매력 강화” 외치는 사르코지 왜?

  • 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1달러는 약 900원을 주면 산다. 반면 1유로는 약 1300원, 1파운드는 약 2000원을 줘야 한다. 미국으로 여행가면 예전보다 주머니에 여유가 있지만 유럽으로 여행가면 주머니가 금방 텅 비고 만다.

달러당 유로, 달러당 파운드의 환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미국이 지난달 31일 추가로 금리를 인하한 반면 유럽은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 차가 커지면 달러화의 가치는 더 떨어지고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똑같이 화폐가치가 상승하는 유럽이라도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또 큰 차이가 있다.

여행 때 숙식비를 지불할 때 보면 영국 런던의 물가가 100이라면 프랑스 파리는 80, 독일 베를린은 60 정도다. 런던이나 파리에 있다가 베를린으로 가면 갑자기 돈을 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국의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지만 이민자들은 영국으로 몰린다. 동유럽, 특히 올해 초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이민자들이 몰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노동력을 제공한다. 이민자들은 영국에서 물가가 비싸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만 파운드화로 돈을 벌어 가난한 고국에 보내면 얼마 되지 않은 수입이라도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파운드화의 가치가 아주 높기 때문이다.

독일은 옛 동독 지역에서 흘러들어오는 값싼 노동력 덕분에 물가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 프랑스는 이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여 있다.

영국은 물가가 높지만 임금 수준도 높고 값싼 이민 노동의 결과가 구매력을 높여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임금 수준에 비해 물가가 너무 높다. 같은 임금을 받는다면 물가가 80인 프랑스가 60인 독일에 비해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독일의 임금 수준이 더 높으므로 그 차는 더 커진다. 결국 임금과 물가의 괴리는 프랑스가 가장 크다는 얘기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의 경제 회복을 위해 입만 열면 구매력 강화를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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