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는 제자랑 연애도 못하나”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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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대학생 사이의 로맨스는 인간의 기본권이므로 규제해선 안 된다.”

현직 미국 대학교수의 도발적인 문제 제기가 거센 논란을 낳고 있다.

22일 LA타임스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폴 에이브럼슨(57) 교수는 최근 펴낸 책 ‘상아탑에서의 로맨스, 양심의 권리와 자유’에서 “성인끼리 합의한 로맨스를 강제로 막아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교직원과 학생 사이의 연애를 금지하는 미국 대학들의 규정을 비난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에 31년째 재직 중인 그는 “교수가 파트너 관계인 학생을 지도하거나 학점을 주는 일은 금지해야 하지만 (책임 있는) 성인끼리 조건 없이 관계를 맺는 일까지 금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어떤 사람과 사귈 것인지 결정하는 권리는 표현과 종교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것.

LA타임스는 2003년 캘리포니아대 계열 대학평의회가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과의 연애를 피해야 한다’는 규정을 통과시킨 데 대해 반대를 표시하기 위해 에이브럼슨 교수가 이 책을 냈다고 전했다. 평의회는 2002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로스쿨 학장 존 드와이어 교수가 술에 취한 학생을 추행한 의혹으로 사임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이 같은 규정을 만들었다. 이를 위반하는 교수는 해고를 당할 수도 있다.

에이브럼슨 교수의 주장에 대해 대학 당국자들은 “이 규정은 교수와 관계를 유지하다 깨질 경우 자신들의 학업에 악영향이 올 수 있는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수적 사회비평가인 디네시 드수자 씨는 “(애인을) 원한다면 로스앤젤레스의 술집을 뒤지고 다니면 될 것 아니냐”고 에이브럼슨 교수를 신랄히 꼬집었다. 그를 ‘캠퍼스 카사노바’라고 부르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에이브럼슨 교수는 “나는 자식 3명, 손자 2명을 두고 있으며 성실하게 가정생활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캠퍼스 내 연애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나이든 교수와 여학생’의 관계를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27세 조교수와 24세 대학원생의 연애처럼 비슷한 나이의 남녀 사이에 이뤄지는 로맨스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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