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코란, 한 손엔 달러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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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중동, 동남아 등 이슬람 국가의 금융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슬라믹 뱅킹(Islamic Banking)’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슬라믹 뱅킹이란 모든 형태의 금융 거래에서 이슬람 율법을 준수하는 금융시장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

이 회의에 참석한 백경호 우리CS자산운용 사장은 “이슬람권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좋은 편”이라며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이슬람 금융시장에 내놓으면 잘 팔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오일머니의 위력이 커지면서 이슬람 금융시장이 국제 금융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 탓에 금융산업 발전이 더뎠지만 오일머니의 투자창구라는 점에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 율법 때문에 금융산업 발달 못해

대출금에 대해 이자를 받는 것을 금기시하는 이슬람 율법 때문에 이슬람 국가들의 금융산업은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

이슬람권 국가나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은 이자가 아닌 배당을 주는 구조의 수쿠크(Sukuk)로 불린다. 이슬람 율법은 담배와 주류, 무기, 돼지고기 관련 업체에는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국가들도 최근에는 금융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부(國富)펀드 등을 통한 대외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유국인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에 2002∼2006년 유입된 오일머니는 모두 1조5000억 달러. 같은 기간 중동 국가들이 해외에 투자한 금액은 5420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3조 원(약 32억 달러)가량은 한국 증시에도 들어왔다. 세계 인구의 28%에 해당하는 18억 명의 무슬림이 이용하는 이슬라믹 뱅킹은 매년 15∼20%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슬람 금융자산의 규모는 7500억 달러에 이른다.

○ 국내 금융회사, 이슬람 진출 시작

이슬람 국가들의 해외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이슬람 자본을 활용하기 위한 국제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일본의 한 금융회사는 율법학자를 고용해 말레이시아에서 수쿠크를 발행했으며 씨티그룹과 HSBC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이슬람 금융 전담팀을 구성했다.

이슬람 금융계와의 교류가 뜸했던 국내 증권사들도 전 세계 수쿠크의 56%가 발행돼 ‘이슬람 금융의 허브’로 불리는 말레이시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4위 증권사인 KIBB 증권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슬람 금융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대우증권을 비롯한 다른 증권사들도 이슬람 금융시장을 분석하면서 현지 금융회사와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김혁 굿모닝신한증권 미래전략부장은 “수쿠크 판매, 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상장기업 공개 등 이슬람 금융시장에서 벌일 수 있는 사업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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