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는 립서비스?

  • 입력 2007년 10월 20일 03시 00분


후진타오“민주주의 확대하겠다”

‘공산당 영도’도 강조… 독재옹호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차 당 대회)’ 이후 중국이 민주화의 길을 걸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혁개방이 30년에 가까워지면서 빈부 격차와 주택난, 취업난, 의료난, 교육난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모순들이 점차 격화되고 있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식인을 중심으로 민주화 요구가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중순엔 중국 공산당 원로 100여 명이 연명으로 중국 정치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겸 국가주석 등 현 지도부에 직접 전달했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후 주석은 이를 의식했는지 15일 당 대회 개막식에서 낭독한 64쪽의 ‘정치보고’ 가운데 7쪽을 할애해 ‘사회주의 민주정치를 확고부동하게 발전시키는 데 대해’라는 일장연설을 했다.

후 주석은 이날 무려 60여 차례나 ‘민주’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인민민주는 사회주의의 생명으로 사회주의 민주정치의 발전은 중국 공산당이 시종일관 달성하기 위해 분투해 온 목표”라며 “인민이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인민민주주의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특히 “정치체제 개혁은 개혁의 매우 중요한 부문”이라며 “인민이 민주권리를 더욱 실제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인민의 민주적 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언뜻 보면 후 주석의 집권 2기(2007년 말∼2012년 말)엔 상당한 민주화 조치를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오히려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후 주석은 이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정치 발전의 길을 견지하고 당의 영도를 반드시 견지하겠다”고 역설했다. 절대로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또 “(현재 시행 중인) 인민대표 제도(한국의 국회 제도와 비슷)를 더욱 완비하고 중국 공산당의 영도 아래 다른 민주당파와의 정치협상 제도와 기층 대중의 자치 등 사회주의 정치제도를 부단히 완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현 제도를 절대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한 교수는 “민주화와 관련한 17차 당 대회의 정치보고는 사소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16차 당 대회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말해 정치보고 문건의 약속마저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음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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