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경단련 밀월 금가는 소리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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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당인 민주당과 관계개선 시도

자민 “이젠 줄타기 하나” 섭섭함 표출

일본의 여당인 자민당과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단련(經團連)의 오랜 밀월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경단련이 참의원 제1당으로 부상한 민주당과 관계 개선을 꾀하면서 자민당이 노골적으로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

5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과 경단련은 3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 취임 후 첫 간부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경단련 간부는 “자민당과 민주당의 정책을 비교해 어느 쪽을 지원할지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총무회장은 “(참의원에서 여야 비율이 역전돼) 우리가 곤란한 때에 왜 이런 소리를 하는가”라며 발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카이 총무회장은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도 “경단련과 자민당의 정책이 대부분 일치하는데도 양쪽을 저울질하겠다는 것이 옳은 자세인가”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양자 관계의 이상 징후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경단련 회장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여야 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의 재원 문제를 언급하며 민주당의 주장에 일부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경단련 측은 이달 중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의견을 나누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자민당 일각에서는 미타라이 회장이 정부 경제재정자문회의 위원직을 박탈당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총리가 의장을 맡고 있는 경제재정자문회의는 경제정책의 기본 노선을 결정한다.

경단련이 자민당을 자극하면서까지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를 지지 기반으로 삼는 민주당에 접근하려는 이유는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법인세 인하 등 경제계가 원하는 입법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

한편 경단련은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전 경단련 회장이 재임하던 2004년 각 정당의 정책을 평가한 자료를 만든 뒤 정치자금 기부액을 정할 때 참고하도록 회원 기업 등에 제공해 왔다.

지난해의 경우 자민당은 10개 항목 가운데 7개 항목에서 A를 받았다. 반면 민주당은 A를 단 1개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경단련의 회원 기업과 단체가 지난해 낸 정치자금 26억 엔 중 25억 엔이 자민당에 몰렸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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