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프란 혁명’ 꺼지지 않는 불길

  • 입력 2007년 9월 29일 03시 19분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 11일째인 28일 미얀마 군사평의회는 군과 경찰을 동원해 사흘째 강제 진압을 계속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사태 해결을 위한 개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위를 주도한 승려들의 승복 색깔에서 이름을 따와 ‘사프란(saffraan·샛노랑)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시위가 미얀마에서도 ‘피플 파워’를 발휘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인회장 “교민들 귀국 권유”

28일 오후 양곤 시내 중심가인 술레 파고다 주변에는 1만여 명의 군중이 다시 모여 시위를 벌였다. 미얀마 보안군은 확성기를 통해 해산할 것을 명령했으며 이어 경고사격을 가하고 무자비하게 곤봉을 휘둘렀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미얀마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에서는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고사격을 하며 강제 진압에 나선 군경에 의해 해산됐다.

미얀마군은 5개 주요 수도원을 봉쇄하고 슈웨다곤 파고다 등 사찰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모두 차단했다.

미얀마 정부는 또 주간지 4개를 포함해 10여 개 신문과 잡지의 발행을 중단시켰다. 밥 데이비스 미얀마 주재 호주대사는 이날 호주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군정 당국과 관영 언론이 10명이 사망했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수십 명의 시위대가 숨졌다는 미확인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1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현지 한인 사회에도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만영 한인회장은 “학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아 긴박한 일이 없는 교민들은 귀국하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곤 주재 한국대사관 측은 시위가 확산될 것에 대비한 단계별 대응전략을 마련한 뒤 교민들과 비상연락 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美, 고위관리 14명 자산 동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28일 미얀마 군사정권에 민주화 시위대들에 대한 폭력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스콧 스탠즐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과 브라운 총리가 이날 화상회의를 통해 미얀마 사태를 논의했으며 ‘전 세계 국가들은 미얀마 군사정권이 폭력을 자제하고 평화적 민주주의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태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27일에는 미얀마 고위 관리 14명의 자산을 동결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에게 미얀마의 평화적인 민주화를 위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회원국에 대한 내정 불간섭 원칙을 천명해 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미얀마의 유혈사태를 비난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다음 달 2일 긴급 임시회의를 소집해 이번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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