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카메라는 총보다 강했다

  • 입력 2007년 9월 28일 20시 14분


미얀마의 반정부 시위를 취재하던 중 숨진 일본인 저널리스트 나가이 겐지(長井健司·50) 씨는 1m 안팎의 지근거리에서 총격을 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후지TV는 나가이 씨가 숨질 당시의 모습으로 보이는 영상을 28일 방영했다.

영상에 따르면 나가이 씨는 27일 오후 1시 50분 경 양곤 시내 중심가에서 반소매에 반바지 차림으로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시위대를 취재 중이었다.

여성도 포함된 시위대는 총과 방패를 든 진압군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제히 반대편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나가이 씨는 시위대의 뒤쪽에서 이들을 뒤쫓는 진압군의 움직임을 촬영했다.

진압군과 나가이 씨 간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수발의 총성이 울린 뒤 영상은 길 위에 만세를 부르는 듯한 자세로 누워 있는 나가이 씨의 모습을 비췄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비디오카메라를 든 채였다.

기자로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는 듯, 도움을 호소하는 듯, 필사적이면서 힘없는 움직임이 잠시 이어졌다.

후지TV는 총알이 관통한 위치 등으로 볼 때 나가이 씨가 쓰러진 뒤 지근거리에서 총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의 총격 의혹을 제기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은 28일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미얀마 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할 뜻을 밝혔다. 방미 중인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상도 "고의 총격이 사실이라면 매우 분노를 느낀다"며 "지금까지 없었던 강력한 대응을 시야에 넣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가이 씨는 도쿄(東京)에 본부를 둔 APF통신사 소속으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지역을 주로 취재해왔다.

나가이 씨의 양친은 "아들은 어린이와 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데 관심이 많았다"면서 슬픔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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