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5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프랑스 천년 건축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주는 프랑스 ‘건축 문화재 박물관(Cit´e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이 19일 파리 샤이요 궁에서 일반 관람객에게 문을 열었다.
‘집 안에 집을 집어넣는다’는 대담한 발상의 이 박물관은 계획부터 완공까지 13년이 걸렸다. 계획안의 현실성을 둘러싸고 수차례 책임자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박물관에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성당의 문, 기둥, 조각 등이 실물 크기의 물라주(주물로 본을 떠 석회를 재료로 원형처럼 만든 것)로 전시됐다. 1850년 이후 근현대 건축은 정교한 축소 모형으로 제작됐다.
1층에는 부르주 생테티엔 성당의 완벽한 균형미를 자랑하는 북쪽 출입문과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성당 내부의 아름다운 ‘천사의 기둥’, 파리 생세브랭 성당 내부의 비틀어져 올라가는 나사 모양의 기둥 등 350개나 되는 물라주가 전시돼 ‘건물의 숲’을 이뤘다.
유럽에서 가장 큰 수도원이었던 부르고뉴 지방 클뤼니의 ‘클뤼니 수도원’ 등 일부만 남은 건축물은 전체 모습을 축소 모형으로 제작해 설립 당시의 웅장한 규모를 실감나게 전해 준다.
1층의 중세 르네상스 건축물은 1997년 화재 후 문을 닫은 프랑스 기념물 박물관의 컬렉션을 다시 모은 뒤 2005년 샹몰 샤르트뢰즈 수도회의 무덤 조각 등 새로 제작된 물라주와 합쳐 선을 보였다.
2층에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마르세유에 지은 아파트의 내부가 실제 크기로 재현돼 ‘모델 하우스’처럼 들어가 볼 수 있다. 색 배치나 면 분할 등에서 코르뷔지에의 천재성이 소소한 살림살이에까지 유감없이 드러남을 잘 보여 준다.
런던의 ‘수정궁(Crystal Palace)’ 같은 근대의 역사적 건축물 외에 렌조 피아노가 누벨 칼레도니의 전통 건물에서 영감을 얻어 세운 ‘누메아’ 건물 등 현대 건물도 축소 모형으로 전시됐다. 장 누벨이 파리 근교 라데팡스에 세울 ‘끝이 보이지 않는 탑’을 비롯해 미래 건축의 모형까지 선보이고 있다.
있을 법한데 없는 것이 있다면 에펠탑이다. 샤이요 궁은 파리에서 에펠탑이 가장 잘 보이는 곳.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창밖에 실물 에펠탑이 전시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르 몽드’ ‘르 피가로’ 등 프랑스 주요 일간지들은 건축이라는 장르가 고대 이래 예술의 총아였으나 박물관의 형태로는 전시되기 어려웠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새로 탄생한 건축 문화재 박물관을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에 이은 또 하나의 걸작 박물관’으로 추켜세웠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