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경기침체?” 버냉키 충격요법…美 금리 대폭 인하

  • 입력 2007년 9월 20일 03시 00분


18일 오후 2시 15분(한국 시간 19일 오전 3시 15분).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주시했다. 미국에서도 주요 TV 채널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FRB가 과연 연방기금금리를 인하할지, 인하하면 폭은 어느 정도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0.50%포인트입니다. 와, 놀랍군요.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입니다.”

FRB가 금리를 5.25%에서 4.75%로 0.50%포인트 인하했다는 뉴스를 전하는 CNN 기자의 목소리는 흥분돼 있었다.

○ 충격요법 “약발 있었다”

금리인하 뉴스가 전해지는 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70포인트→100포인트→150포인트→200포인트’로 수직상승했다. 이날 최종 다우지수 상승폭은 335.97포인트(2.51%).

월가가 예측한 시나리오는 FRB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고 성명서에서 추가 금리인하 신호를 포함시킬 것이라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벤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FRB가 예상을 뛰어넘어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금리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충격 요법’ 전략이다. ‘화끈하게’ 0.50%포인트 인하해 시장을 심리적으로 압도함으로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으로 시작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FRB가 그만큼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간단치 않게 봤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8월 비(非)농업부문 고용통계가 2003년 8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 FRB가 금리를 대폭 인하한 결정적인 계기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주택경기 침체로 소비심리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고용시장마저 나빠지면 소비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비는 미국 경제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큰 버팀목이다.

이에 따라 FRB가 최우선 정책목표를 인플레이션 억제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바꿨다는 분석도 나온다.

○ 추가 인하할까

월가에선 한두 차례 추가 인하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인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는 빌 그로스 씨는 이날 “계속되는 주택시장 침체로 금리가 1%포인트 더 떨어져 연방기금 금리가 3.75%로 하향 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FRB가 과거처럼 금리인하를 연속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많다. FRB의 이번 금리결정을 앞두고도 ‘FRB가 잘못된 투자까지 보호해 주면 도덕적인 해이만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물가상승압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추가 인하에 부담이다.

어찌됐건 FRB의 이번 금리인하 결정은 주식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미국 국민들에게 ‘선물’을 안겨준 셈이 됐다. 많은 미국인이 주택 구입에 따른 모기지 이자나 자동차 구입에 따른 상환금 부담을 덜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자 상승 등으로 집에서 쫓겨나는 등 직격탄을 맞은 서민층에겐 큰 도움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주택경기침체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이미 이자가 2∼3%포인트 올라 0.50%포인트 인하는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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