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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1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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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돌아온 21명은 12일 입원 중인 경기 안양시 만안구 샘안양병원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출국부터 피랍, 억류, 석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다소 건강이 회복된 듯 이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피랍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국민과 정부에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동안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있다”며 관련 부분은 적극 해명했다.
이들은 피랍 직후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가 다시 두세 차례에 걸쳐 소그룹으로 분산됐다. 억류 장소도 그룹에 따라 최대 24번까지 바뀌었다.
이 때문에 억류돼 있던 상황과 탈레반들이 이들을 대한 태도는 그룹별로 크게 달랐다.
또 제창희(38) 씨는 “해발 3000m 산악지대의 토굴에 잡혀 탈레반으로부터 수시로 폭행을 당했다”며 “맨손으로 땅을 파고 불을 피우거나 토굴에 들어온 독사를 잡는 등 노예처럼 살았다”고 말했다.
반면 서명화(29·여) 씨는 “탈레반이 아프간식 이름을 지어 주는 등 우호적이었고 가족에게 전화를 걸도록 해 남편과 짧게 통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서명화 씨의 동생 서경석(27) 씨는 “탈레반의 도움으로 떨어져 있던 누나와 1주일에 한 번 정도 안부 쪽지를 주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납치되기 전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주민, 경찰 등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해명’했다. “무리한 선교를 벌이다 현지에서 마찰을 빚었다”는 일부 누리꾼 등의 비판을 의식한 설명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이날 오후 늦게 퇴원한 뒤 외부와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요양원 등에 함께 들어가 추석 명절 직전까지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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