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년도 비밀 국방예산 30조원 의회에 신청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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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의 내년도 비밀 국방 연구개발(R&D) 예산이 냉전 시대 종식 이래 최대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미국의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디펜스뉴스는 독립 국방정책 연구기관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국방부가 10월 시작되는 2008 회계연도의 비밀 국방비로 약 320억 달러(약 30조 원)를 의회에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1995년 대비 112%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에 전체 국방예산이 77%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비밀 예산의 비중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비밀 예산 320억 달러 가운데 175억 달러는 연구개발비, 144억 달러는 무기 및 장비 구입비다.

비밀 연구개발비 175억 달러는 국방부 전체 연구개발비 751억 달러의 23%에 해당한다. 냉전 시대 말기인 1988년에 비밀 연구개발비의 비중이 전체 연구개발비의 25%를 차지한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총액 규모로도 1988년(당시 91억 달러·물가 인상을 감안하면 162억 달러) 이래 가장 많다.

싱크탱크 ‘글로벌시큐리티’의 존 파이크 소장은 디펜스뉴스 인터뷰에서 “비밀 예산의 핵심 프로젝트는 3만 m 상공에서 시속 6400km 이상으로 비행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 개발”이라며 “이 계획은 중국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항공기도 7가지가 개발되고 있다. 이착륙 거리가 짧은 특공대용 소형 스텔스 비행기, 잠수함 공격용 무인 수중 전투차량, 지뢰나 매복을 뚫고 갈 수 있는 전투차량(MRAP) 등도 비밀 예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밀 예산의 비중은 공군이 특히 높아 무기조달비의 41%, 연구개발비의 42%를 비밀로 분류해 놓았다.

그런데 공군의 무기조달비로 책정된 비밀 예산에는 중앙정보국(CIA) 등 여러 정보기관이 사용할 예산도 끼워져 있다고 파이크 소장은 전했다. CIA의 연간 예산 60억 달러가 ‘기타 항공기 조달’ 항목으로 이름 붙여져 있으며 국가안보국(NSA)과 국가정찰국(NRO)에도 공군의 비밀 예산이 제공된다는 것.

의회 이외에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는 ‘블랙 예산(black budget)’은 미국에서 항상 논쟁거리다.

파이크 소장은 “국방부가 비밀 예산 또는 ‘블랙 예산’의 비중을 계속 높이는 것은 9·11테러 이후 정보 능력 향상을 위한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추정되지만 집행 투명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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