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러 ‘新냉전’ 해빙 조짐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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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러시아의 외교 마찰이 진정될 조짐이다. 러시아 검찰청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사능 물질 폴로늄 210으로 독살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씨 사건 수사와 재판에 러시아 정부가 협조할 뜻을 밝힐 계획이다.

이에 앞서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사건 용의자 안드레이 루고보이 씨 강제 추방 문제를 둘러싼 영국 러시아 양국 외교관 맞추방 사태를 ‘작은 위기’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이 나서 외교 마찰에 따른 확전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영국과 러시아의 긴장 관계가 1주일 만에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1일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교부 장관은 “양국 관계와 국민을 위해 (러시아) 정부가 장애물을 없애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한발 물러서기 전술은 영국과 유럽연합(EU)이 강경 노선을 밝힌 뒤 나왔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20일 “루고보이 씨 강제추방 문제를 국제적인 차원에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EU 외교장관들이 23일 브뤼셀에서 합동 회담을 열어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외교 소식통들은 러시아의 유화 정책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최근 에스토니아 그루지야 벨로루시 등 주변국과 갈등을 빚은 데 이어 미국이 동유럽 미사일방어(MD)계획을 내놓자 서방에 잇달아 엄포를 놓았다. 이 결과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은 날로 심해졌고, 루고보이 씨 문제를 서방국가들이 한목소리로 비난하면서 러시아 외교는 막다른 길목으로 몰렸다.

이 때문에 모스크바에서는 크렘린의 체면을 지키게 하는 묘안이 나올 경우 긴장관계가 풀릴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다.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드미트리 트레닌 외교국방 담당 연구원은 “러시아 수사당국이 루고보이 씨에 대한 자체 수사를 통해 영국과 타협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검찰이 겉으로는 협조 의사를 보이면서 루고보이 씨 인도에 불허 방침을 고수할 경우 당분간 긴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국이 어떤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할지 주목된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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