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 ‘지진 공포’ 확산…방사능 함유 냉각수 유출로 불안감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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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지진 충격으로 가시와자키가리와(柏崎刈羽)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 누출과 화재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전역에서는 지진에 대한 공포 못지않게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화재, 누수 및 기름 유출, 파이프 이탈 등 지진으로 인한 원전의 ‘기능 장애’가 50건에 이르렀다고 도쿄전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진으로 9명이 숨지고 1000여 명이 부상한 니가타(新潟) 현 주민들은 17일에도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돼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원전 내진설계 범위 넘어=일본에서 지진으로 인한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는 것은 진원(震源)과 원전 간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 또 지진 강도가 원전 설계 당시의 내진 기준을 넘는 것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원과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의 거리는 불과 9km. 진원과 원전의 거리로는 사상 최단거리다. 올 3월 발생한 노토(能登) 반도 지진도 진원과 시카(志賀) 원전의 거리가 20km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이들 지진은 내진설계 당시 가정한 흔들림 최대치(273gal)를 크게 웃돌았다. gal은 흔들림의 크기를 나타내는 가속도 단위. 가시와자키가리와 1호기의 경우 실제 흔들림 관측치는 680gal로 설계상 최대치의 두 배를 넘었다.

원전 측의 미숙한 사후 대응도 일본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시설 밖으로 유출된 물에 방사능이 함유된 사실을 원전 측이 밝혀내기까지 5시간 반이 걸렸다. 이를 당국에 보고한 것은 1시간 반이 더 지난 뒤였다.

화재가 발생한 3호기 변압기에 소방차가 도착하는 데도 1시간 이상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은 연기가 원전 상공을 시커멓게 뒤덮는 동안 원전 측은 직원 4명을 동원해 불길 확산을 차단한 것이 고작이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원전 측은 17일 낮에야 고체폐기물 창고에 보관 중이던 드럼통 100개가 지진 충격으로 넘어진 사실을 발견하고 주변 환경이 오염됐는지 조사에 나섰다.

▽여진에 비까지=일본 기상청은 1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흘 안에 리히터 규모 5를 넘는 강한 여진이 일어날 확률이 30%”라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과 복구 작업팀은 작은 흔들림이 느껴질 때마다 급히 몸을 피하며 공포에 떨었다.

이른 아침부터 내린 비도 위험을 크게 높였다. 지진으로 약해진 지반이 더욱 물러졌기 때문.

끊어진 전기와 수도, 가스의 복구가 늦어져 주민 1만2000명이 대피소 108곳에 흩어져 이틀째 밤을 새웠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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