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후보 “꺼진 마이크도 다시 보자”

  • 입력 2007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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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종료직후 무심코 한 언행 곤욕

‘말 한마디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TV 토론, 그러나 TV 토론이 끝났다고 해서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12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TV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마이크가 계속 작동 중인 것을 모르고 한 말실수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에드워즈 후보는 옆자리의 힐러리 후보에게 다가가 “더 진지하고 적은 수의 후보가 모인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힐러리 후보도 “숫자를 줄여야 한다. 그들(군소 후보)은 진지하지 않다.…(후보가 넘쳐나) 토론회를 보잘것없게 만든다”고 동조했다.

토론이 끝나고 진행자의 마무리 발언이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이들은 마이크가 꺼진 줄 알았던 것. 하지만 가슴에 단 소형 마이크는 계속 켜진 채였다. 비록 소음 탓에 군데군데 끊기긴 했지만 이들의 발언은 폭스뉴스의 TV 카메라와 녹음기에 고스란히 잡혔다.

두 사람의 대화는 한국의 범여권에서 논의되는 이른바 ‘컷오프(cut-off) 제도’ 도입 주장을 연상시킨다. 즉, 예비경선 과정을 통해 넘쳐나는 후보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데니스 쿠시니치 하원의원을 비롯한 군소 후보들은 즉각 반발했다. 쿠시니치 후보는 힐러리, 에드워즈 두 후보 앞으로 띄운 서한에서 “유권자는 누구의 말도 들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몰아세웠다.

이에 에드워즈 후보 캠프는 “숫자가 많아 몇 명씩 나눠서 토론을 하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힐러리 후보 측은 이튿날까지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토론회 직후 후보별로 마련된 발언대에서 메모지 한 묶음을 집어 드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폭스뉴스는 “오바마 후보가 핵심 정책에 대해 충분히 준비되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그의 국정경험 부족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후보들은 누구나 토론 중에 메모지를 사용하지만 TV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 메모를 들여다보며 숫자를 인용하는 장면은 보기 어렵다. ‘정책을 숙지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종 정치 블로그에선 “메모하는 게 뭐가 문제냐” “단순히 메모지 때문에 오해받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대체로 오바마 후보를 동정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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