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대신 땅… 난민에 ‘희망 선물’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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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드의 농부 바키트 씨, 수단 난민들에 땅 나눠주기

이웃들도 동참… 적대 감정 버리고 자활 공동체로

내전(內戰)으로 고향을 빠져 나온 수단 난민들에게 배고픔보다 견디기 힘든 건 싸늘한 시선이었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지만 하루하루 구호단체가 주는 빵 한 조각으로 목숨만 이어갈 뿐이었다. 고향에 돌아갈 기약도, 내일에 대한 희망도 없었다.

이런 난민들의 손을 잡아 준 건 정부도 유엔도 아니었다. 자신의 농지를 이들에게 나눠 준 한 농부의 따뜻한 손길이 난민들에게 희망을 찾아 주었다. 아프리카 차드에서 일어난 일이다.

12일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따르면 차드 동부의 이리바에 사는 평범한 농부 알하지 사부르 바키트 씨에게 수단 다르푸르 난민들의 처지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다르푸르에서는 2003년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20만 명이 숨지고 2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바키트 씨는 자신이 1980년대 차드 내전 당시 수단으로 건너가 난민 생활을 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난민들에게 내 땅을 내 주고 농사를 짓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처음에 이웃들은 그를 비웃었다. 농사가 생계의 전부인 지역 주민들에게 땅은 목숨과도 같았다. 주민들에게 난민들이란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하지만 바키트 씨는 함께 잘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설득했다. 그는 “농사기술이 뛰어난 다르푸르 난민들의 경험을 통해 함께 농지를 개간하면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시간이 지나자 이웃들도 그의 뜻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서만 수단 난민 160가구가 땅을 얻어 농사를 짓게 됐다. 더 큰 결실은 서로 적대시하던 지역 주민들과 난민들이 어울려 공동체를 가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국제사회의 원조금도 이뤄 내지 못한 일이다.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난민 지원은 최소 생활을 보장하는 데 맞춰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가난한 지역 주민들에게는 난민들이 받는 지원이 특혜로 비쳐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바키트 씨는 “난민들은 거지가 아니다. 그들 역시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며 “자활만이 난민 문제의 장기적 해결책이라고 생각해 땅을 나누게 됐다”고 설명했다.

차드 동부지역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담당관인 에마뉘엘 우루쿤도 씨는 “바키트 씨의 사례는 난민들의 자활을 이끌고 지역 주민과 난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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