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이르면 2012년 행정장관 직선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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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드디어 정치 민주화를 위한 대장정에 들어갔다.

홍콩 정부는 이르면 2012년부터 직선제를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안(녹피서·綠皮書)을 11일 발표했다. 홍콩 정부는 앞으로 3개월간 시민 의견을 수렴해 ‘민주화 청사진’을 확정한 뒤 중국 베이징(北京)에 전달할 계획이다.

▽2016년 이후로 늦춰질 수도=탕잉녠(唐英年) 홍콩 정무사장(장관)이 이날 발표한 ‘정치제도 발전 녹피서’는 행정장관(행정수반)과 ‘입법회 의원(국회의원)’의 선거 방식과 일정을 3가지 중 하나씩 고르도록 했다.

행정장관 직선 시기에 대해서는 2012년, 2016년, 2016년 이후 중 한 가지를 고른다. 입후보자는 반드시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도록 했다. 추천위원은 800명 미만, 800명, 1200∼1600명 등 3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추천 인원은 2∼4명, 8명, 10명 이상으로 제시했다.

결국 추천위의 추천자 중 한 명을 주민이 직접 뽑는 방식이다. 현재는 친(親)중국계 직능단체 대표로 짜인 800명의 선거인단이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행정수반을 선출한다.

입법회 의원은 2012년, 2016년, 2016년 이후 중 하나를 선택해 직선제를 실시한다. 선출 방식은 전원을 지역대표로 뽑는 방안과 현재 간선인 50%의 직능대표를 직선으로 바꾸는 방안, 일부 직능대표만 지역대표로 바꿔 직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는 60명 중 지역대표 30명은 직선, 나머지 30명은 간선으로 뽑는다.

▽‘주류(主流) 의견’ 베이징에 전달=홍콩 정부는 10월 중순까지 이 같은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 항목별로 지지도가 높은 것을 골라 하나의 종합 청사진을 만들 예정이다.

의견 수렴은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치되 팩스나 편지, e메일을 통한 개인 의견도 받는다. 홍콩 정부는 60% 이상 지지를 받은 방안을 ‘주류 의견’으로 인정하되 60%가 안 돼도 다수 의견으로 본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탕 정무사장은 “민의는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된 청사진은 입법회 3분의 2 이상 지지→행정장관 동의→중앙 정부에 제출된 후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인준 등의 절차를 밟게 돼 있으나 이 과정에서 ‘주류 의견’이나 ‘다수 의견’이 채택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홍콩 야당인 민주당파의 량궈슝(梁國雄) 의원은 “시민의 직접 투표가 아닌 의견 수렴은 가짜”라고 비난했다.

▽홍콩인 2012년 직선제 가장 선호=홍콩대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홍콩인의 56%가 2012년부터의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를 선호했다. 2017년은 16%, 2022년은 5%에 불과했다. 또 44%는 진정한 경쟁을 위해 ‘후보 선출위원회’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법회 의원은 56%가 2012년 또는 그 이전에 직선제 실시를 원했다.

그러나 홍콩 민주화의 관건은 대륙 정부가 홍콩 정부의 건의를 승인할지 여부다. 홍콩기본법의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우방궈(吳邦國) 상무위원장은 지난달 6일 열린 ‘홍콩 반환 1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홍콩의 자치권은 고유의 것이 아니라 중앙이 부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륙 정부가 홍콩인의 민주화 염원을 계속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탕 정무사장은 “우리가 주류 의견을 제시하면 중앙 정부가 이견을 가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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