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여름, 한-미 학원가 짐싸고 푸는 한국학생들로 ‘북적’

  • 입력 2007년 7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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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톱클래스 영재 고교인 워싱턴 근교 토머스제퍼슨과학고에 다니는 한국계 2세 A 군은 11학년(한국의 고교 2년) 진학을 앞두고 여름방학을 이용해 서울에 있는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준비 학원으로 10주간 원정 유학을 갔다.

미국에서 태어난 A 군에게 강남의 SAT 학원은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곳이다.

학원 행정 직원들을 빼면 강사와 수강생 대부분이 미국 학교 재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강사는 대부분 미국 대학 1학년이나 대학원에 재학 중인 유학생이고 수강생은 대개 한국에 집이 있는 조기 유학생들이지만 미국 시민권이 있는 학생도 손으로 꼽을 정도는 됐다.

A 군이 학기 중에 다니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K학원은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서 온 학생들로 A 군 등의 빈자리를 메운다.

페어팩스 설리번러닝센터 관계자는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전체 수강생의 15∼20%가 한국으로 몰려가고 한국에서 몰려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기 유학생들은 방학이면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서울의 학원으로 옮기는 것이지만 최근엔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국으로 단기 SAT 유학을 가는 이민자 가정 학생들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가는 학생은 고교 1학년(미국은 가을에 새 학년 시작)을 마친 학생이 많고 미국으로 오는 학생은 사립고교 진학을 생각하는 중학생이나 초등학교 6학년생들로 미국의 친지 집이나 각종 서머캠프와 연계해 학원을 다닌다.

워싱턴 근교 A플러스학원 관계자는 “방학이면 한국으로 가는 학생이 10여 명, 한국에서 와서 영어를 배우는 학생이 10∼20명”이라고 말했다.

여름방학에 한국 학생들은 외국으로, 외국에 유학 중인 학생들은 서울로 몰려드는 ‘교차 유학’은 수년 전부터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최근엔 2세 교포 학생들, 심지어 미국인 학생들도 한국행 대열에 낄 정도다.

8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가서 애틀랜타에 정착한 김모 씨는 가족이 다함께 6월 초 모국 방문을 했다가 2주일 후 아들만 남겨놓고 돌아왔다. 김 씨는 “한국의 사교육이 싫어서 이민 왔지만 SAT 성적을 단기간에 올리는 데는 한국 학원이 낫다고 해서…”라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동 R학원 관계자는 “여름이면 5000명가량의 외국 고교 재학생이 강남으로 몰려오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방학 때만 생겼다가 없어지는 학원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한국의 SAT 학원 특수가 낳은 강사 수요는 미국 명문대 유학생들에겐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워싱턴 근교 교육컨설팅 업체인 KS에듀케이셔널의 조관식 대표는 “미국 명문대에서 2∼4학년 방학 기간의 인턴 체험은 장래를 꾸려 가는 데 필수적인 코스지만 고액을 받는 학원 강사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인턴 계획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걱정했다.

조 대표는 또 “SAT는 문제은행 방식인데 올 1월 문제지 유출로 한국에서의 시험 자체가 무효화된 바 있다”며 “심지어 에세이까지도 모범 작문을 달달 외우는 방식의 교습 방법이 알려지면서 미국의 출제기관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 재학 중 한국에서 학원 강사 경험이 있는 K(하버드대 법과대학원 진학 예정) 씨는 “아이비리그의 2∼4학년 재학생이 학원 강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어차피 방학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유학생들이 강사 아르바이트로 학비의 일부라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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