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CIA-마피아 공모 카스트로 독살하려 했다

  • 입력 2007년 6월 27일 20시 13분


1960년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눈엣가시 같던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암살하려 했다?

지난 40년간 '공공연한 비밀'로 전해지던 이런 내용이 26일 비밀 해제된 CIA 기밀문서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이날 공개된 1960, 70년대 기밀정보 가운데 '가족 보석(Family Jewel)'이란 이름이 붙은 702쪽 분량의 책자에는 당시 작성된 문건이 정리돼 있다.

5쪽 분량의 요약본은 1973년 의회보고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며, 매 페이지마다 '비밀. 소리내 읽지 말 것(Secret, Eyes Only)'이라는 도장이 2번씩 찍혀 있다.

문건에 따르면 카스트로 암살 작전은 쿠바 공산혁명 이듬해인 1960년 앨런 덜레스 CIA 국장의 지시로 진행됐다. 그는 1961년 초까지 8년간 CIA 국장을 지낸 역대 최장수 정보수장이었다. 당시 임기를 5개월 남겨놓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알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암살공작의 실무자는 홍보기획사 간부로 위장한 CIA 정보원 로버트 메이후로 정해졌다.

그는 수인사를 몇 번 나눈 적 있던 라스베가스에서 냉동고 독점판매권을 갖고 있던 조니 로셀리에게 접근했다. 그는 시카고를 근거로 한 알카포네 마피아 조직의 고위인사였다.

메이후는 "카스트로의 공산혁명으로 투자기업들의 손실이 커 제거해야 겠다"고 둘러대며 "미국 정부는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공 조건으로 15만 달러를 제시했다.

로셀리의 첫 반응은 "못 하겠다"였다. 그러나 끈질긴 설득이 주효해 CIA 본부요원이 샘 골드, 조(Joe)라는 가명을 쓰는 시카고 마피아의 두 거물을 마이애미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CIA의 공작금은 전달되지 않았다. 마피아는 "돈은 필요 없다"며 사양했다. 수익 높던 쿠바의 카지노 사업이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통제를 받게 된 것이 마피아도 카스트로'손봐주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CIA 요원은 얼마 뒤 워싱턴포스트 주말판 잡지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마이애미에서 만난 두 사업가는 FBI가 그토록 찾던 지명수배자 10걸에 포함돼 있었다. 샘 골드는 알 카포네의 후계자였고, 조는 이 조직의 쿠바책임자였다.

암살계획에서 샘 골드는 "총살보다는 음식이나 음료에 독약을 타는 게 낫겠다"고 제안했다. CIA는 극약 6알을 제공했다. 실제 암살 작업은 쿠바 고위관리 후안 오르타가 진행했다. 부패한 그는 마피아에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아왔다.

오르타의 독살계획은 번번이 실패했고, 제3의 인물이 했던 독살시도도 성공하지 못했다. CIA 보고서에는 '실패 이유'는 적시돼 있지 않다.

미국에 망명한 쿠바 무장세력이 대안으로 거론돼 1만1000달러라는 공작금 전달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암살계획은 1961년 중단됐고, 지급된 극약은 회수됐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부른 '피그만(彎) 사건' 때문이다. 케네디 행정부의 지원을 받은 미국 내 반 카스트로 무장세력이 쿠바섬의 피그 만에 전격 침공했다가 실패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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