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탄올, 美 산업구조 바꾼다

  • 입력 2007년 5월 17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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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오와 주의 농민이 에탄올 원료인 옥수수를 파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아이오와 주의 농민이 에탄올 원료인 옥수수를 파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에서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에탄올이 대체에너지로 각광받으면서 중서부 ‘옥수수 지대(Corn Belt)’의 산업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일반 농민의 관련 산업 진출. 아이오와, 오하이오, 일리노이, 미네소타 지역 농민들은 지금까지 농산물 대기업에 재배한 곡물을 팔아넘기면 그만이었지만 에탄올 산업이 활황을 맞으면서 제조 유통 금융 산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14일 분석했다.

‘옥수수 주(Corn State)’로 불리는 아이오와 주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28곳의 에탄올 정제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이중 17, 18곳은 옥수수 재배 농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것. 농민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장용지 매입, 투자자 모집, 운송망 개척까지 일원화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월러스 타이너 퍼듀대 경제학 교수는 “과거 곡물 호황 때 일부 농산물 대기업만이 득을 본 것과는 달리 이번 에탄올 열풍은 농민들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넓은 면적이 필요한 옥수수 농가들은 주로 대기업의 제조·유통시설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협동조합을 통한 자체적인 조직화가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곡물 재배와 함께 중서부 산업의 양대 축을 형성하는 축산업도 에탄올의 영향권 내에 들어갔다. 옥수수 찌꺼기가 증류 과정을 거쳐 가축 사료로 쓰이면서 축산업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 특히 옥수수 사료가 돼지보다는 소에 더 적절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로 돼지 사육에 집중했던 중서부 축산 농가들이 소 사육으로 돌아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서부 지역이 에탄올발(發)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농업 경제를 연구하는 인포마 이코노믹스의 켄 에릭슨 연구원은 “지금 중서부는 ‘에탄올 광풍(Ethanol Crazy)’에 빠져 있다”면서 “에탄올 생산 농가들은 지원금 규모가 줄어든다든지 에탄올의 연비 효율성에 대해 회의적인 연구가 나오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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