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종교갈등… 대선정국 혼란

  • 입력 2007년 5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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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을 맞이한 터키에서 의회와 정부를 장악한 친이슬람 세력과 정교(政敎) 분리를 지지하는 군부 및 야권의 ‘세속주의’ 세력이 강경 대립하면서 일촉즉발의 긴장을 낳고 있다.

AP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는 전국에서 몰려든 1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붉은 터키 국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친이슬람 정부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친이슬람 성향의 여당 정의개발당(AFP)이 압둘라 굴 외교장관을 대통령 단일후보로 내세운 데서 비롯됐다. 터키는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한다. 굴 후보는 지난달 27일 실시된 의회 1차 투표에서 당선에 필요한 전체 의원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해 2일 2차 투표를 앞두고 있다.

야권은 참가 의원이 정족수에 미달해 1차 투표가 무효라며 투표 직후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했다. 같은 날 군부도 성명을 내고 ‘세속주의의 확고한 지지 세력으로서 군부가 대선에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정부와 의회에 이어 대통령 자리까지 이슬람 세력이 차지하면 의회를 견제하지 못할 것” “우리는 히잡을 쓴 대통령부인을 원하지 않는다”며 소리 높여 굴 후보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헌재가 여당의 손을 들어줄 경우 굴 후보는 9일 실시되는 3차 투표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3차 투표에서는 의원 과반수의 지지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헌재가 정족수 부족으로 1차 투표 무효를 선언하면 대선 절차가 중단되고 11월 4일로 예정됐던 총선이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는 1923년 오스만 제국 붕괴 후 공화국으로 출범하면서 세속주의 원칙을 내세워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하며 공공장소에서 히잡 쓰는 것을 금지해 왔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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