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일주일…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 입력 2007년 4월 23일 17시 43분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 발생 1주일이 지나면서 범인 조승희의 행적이 상당부분 밝혀졌지만 핵심적인 의문사항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악마에의 길'을 준비한 60일= 조승희는 최소한 두 달여 전부터 범행을 준비해온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2월9일 인터넷에서 권총을 구입해 대학근처 전당포에서 수령한데 이어 3월12일 인근 도시 공항에서 미니 밴(승합차)을 빌려 범행 당일까지 타고 다녔다.

혼자 타기엔 크고 렌트비가 비싼 미니 밴을 장기 렌트한 것은 확고한 범행의지를 굳혔음을 보여준다. 이어 인근 도시 월마트 등에 세 차례 들러 칼, 체인 등을 구입했고 사격연습장에서 훈련을 했다. 두 차례 인근 도시 모텔에 숙박하면서 동영상을 촬영했다. 수천달러의 비용은 모두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평소 오후 9시면 잠자리에 들고 오전 7시에나 일어났지만 2월부터는 머리를 짧게 깎고 밤마다 근육운동에 몰두했으며 3월 중순 이후엔 점점 일어나는 시간이 빨라졌다. 범행 당일인 16일엔 오전 5시에 이미 일어나서 컴퓨터 작업을 했다.

▽확인사살까지 자행= 오전 7시에 에밀리 힐셔 양을 살해한 것을 시작으로 조는 최소한 170발 이상의 총탄을 발사했다. 검시관인 윌리엄 머슬로 박사는 22일 "조승희가 아주 정확하게 희생자들을 쏜 것은 아니다"며 "많은 희생자들은 여러 차례 총격을 받았고 32명의 희생자들은 모두 100곳 이상의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조의 마약 복용 여부에 대한 혈액 샘플 검사 결과는 2주후에 나온다.

▽풀리지 않은 의문점= 첫 희생자인 에밀리 힐셔 양은 주말을 밖에서 보내고 남자친구가 기숙사에 바래다준 직후 조에게 살해됐다. 조는 새벽부터 기숙사 방들을 뒤지고 다녔다. 힐셔 양이 스토킹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 경우 방 번호를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첫 범행 후 우체국에 다녀온 조가 중무장한 채 500m 이상 떨어진 노리스 홀을 찾아간 이유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건물에도 스토킹 상대 또는 자신을 무시한 누군가가 있어 대량살상으로 보복 겸 힘을 과시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는 범행 1주일 전 독일어 강의실을 찾아와 한 여학생과 다투다 교수에게 쫓겨났다. 조가 2차 범행 전 먼저 독일어 강의실의 열린 문을 통해 두 차례나 안을 힐끗거린 뒤 고급수리학 강의실로 가 총을 난사한 점도 독일어 강의실 내에 그가 의식한 누군가가 있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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