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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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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으로 치달은 과대망상=조승희의 기숙사 룸메이트 앤디 코흐 씨는 “지난해 추수감사절 연휴 때 조승희가 전화를 걸어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휴가를 보내고 있다. 나는 모스크바에서 컸다’고 하더라”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조승희는 자신이 화성에서 살며 목성으로 여행을 다닌다고 소개한 적도 있다. 그의 메신저 이름은 ‘스팽키젤리’다. 우주에 살면서 우주선을 타고 그를 방문하는 슈퍼모델 여자친구의 이름이 ‘젤리’인데 그녀가 그를 ‘스팽키(spanky·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사람)’라 부르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고 그는 룸메이트에게 말한 적이 있다.
▽가족은 뭘 했나=조승희의 어머니는 “쟤 때문에 내가 죽고 싶어도 못 죽을 것”이라고 친척들에게 말할 정도로 아들의 정신상태를 걱정했다. 교회에서 기도하고 기숙사 룸메이트들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조승희의 누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승희가 2005년 말 여학생을 스토킹하다 법원 명령으로 정신병원에 보내지기 전에 미국 내에서 본격적인 정신치료 진료를 받았다는 기록은 지금까지 나온 게 없다.
경제적 이유와 바쁜 이민생활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세탁소 종업원으로 일한 조승희의 아버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하고 1년에 이틀 이상 휴가를 낸 적이 없을 정도였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한다.
조승희의 가족이 그가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공립학교에서 제공되는 기본적 보험 이외 별도의 의료보험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버지니아 주의 경우 웬만한 의료보험의 경우 한 가족 보험료가 월 50만∼70만 원을 넘는다. 질병이라기보다는 타고난 천성으로 여기고 차일피일했거나, 정신과 진료를 치욕적인 것으로 여기는 동양적 사고방식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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