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女장관 ‘포옹의 악몽’…외국남성과 접촉사진 보도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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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여성 장관이 남성과 포옹하는 사진 한 장 때문에 퇴진론에 시달리고 있다.

10일 중동타임스와 BBC 방송에 따르면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랄 마스지드(레드 모스크)’의 최고 종교지도자 압둘 아지즈는 닐로파르 바크티아르 관광장관이 외설스러운 행동을 했다며 그의 사임을 촉구했다. 또 ‘파트와’(이슬람법 해석)를 그 근거로 내세워 바크티아르 장관에 대한 탈레반식 재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바크티아르 장관이 한 외국 남성과 포옹했다는 것. 지난달 바크티아르 장관은 2005년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어린이 돕기 자금 마련을 위해 패러글라이딩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비행을 마친 뒤 코치로 보이는 한 남성과 가벼운 접촉을 했고, 언론들은 이 장면을 크게 보도했다.

바크티아르 장관은 “사진 각도 때문에 포옹하는 것처럼 잘못 찍힌 것”이라면서도 “나는 (자선행사에 참여한) 그날의 행동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여성들의 권리가 많이 신장됐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고, 이런 일로 위협을 받는다면 우리는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게 된다”며 퇴진론에 맞섰다.

그러나 아지즈는 “정부 당국이 재판 진행을 방해할 경우 자살 폭탄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랄 마스지드의 아지즈 추종자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반정부 움직임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2월에는 펀자브 주의 여성 사회복지장관이 히잡(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이슬람 광신도에 의해 살해됐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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