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뭉칫돈 속속… 日 부동산값 쑥쑥

  • 입력 2007년 3월 28일 03시 01분


3월 말 문을 열 예정인 일본 도쿄 롯폰기의 ‘도쿄 미드타운’. 뒤로 롯폰기 힐스가 보인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3월 말 문을 열 예정인 일본 도쿄 롯폰기의 ‘도쿄 미드타운’. 뒤로 롯폰기 힐스가 보인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당신의 집값, 궁금하시죠. 팩스 무료 사정(査定), 비밀 엄수.”

지난해 중반부터 일본 도쿄(東京) 시내의 맨션(아파트) 우체통에는 이런 내용의 선전지가 하루 수십 장씩 들어온다. 일단 연락을 하면 집을 팔라는 부동산업자의 권유에 시달리게 된다도심 긴자(銀座)의 낡은 빌딩 주인들은 너나없이 건물을 팔라는 부동산업자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첨단 고층 빌딩으로 재건축해 팔겠다는 것.》

부동산 열기로 일본이 들썩인다. 주오(中央), 지요다(千代田) 구 등 도심 3개 구에서 2006년에 팔린 분양 맨션의 평균가는 전년 대비 20% 넘게 올랐다. 일본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도심 5개 구의 사무실 임대료도 16% 올라 버블경기 시절인 1991년 이후 최고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달 말 도쿄 미나토(港) 구 롯폰기(六本木)에 문을 여는 대형복합시설 ‘도쿄 미드타운’에는 월 임대료 500만 엔짜리 임대맨션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의 바탕에는 펀드를 중심으로 한 투자 자본의 유입이 있다. 일본 부동산 펀드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시점으로 11조5000억 엔. 2년 사이 2.6배 늘었다. 특히 일본의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값싸다고 판단한 외국 자본의 도심지 공략이 거세다.

최근 위생관리 문제로 경영난에 빠진 제과회사 후지야(不二家)는 도쿄 긴자의 본사 건물을 29일자로 미국 씨티그룹 산하 투자펀드회사에 팔았다. 낙찰가는 135억5000만 엔. 입찰 참가자의 70∼80%가 외국계였다고 후지야 측은 밝혔다.

이보다 앞서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부동산 시장에 이미 2조 엔을 투자한 모건스탠리그룹이 2조 엔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블랙스톤그룹도 1조2000억 엔이 넘는 초대형 부동산 펀드 모집에 착수했으며 전일본항공(ANA)이 매물로 내놓은 13개 호텔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세계의 자본이 일본 부동산시장으로 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 부동산 투자에서 얻는 임대료 수입이 장기금리보다 대략 2% 정도 높기 때문.

그러나 외국 자본이 노리는 것은 오피스나 상업시설만이 아니다. 미국의 물류시설개발회사 프로로지스는 2001년부터 일본 각지의 항만 주변이나 간선도로변 창고 자리 54곳을 확보해 10만 m²가 넘는 시설들을 짓고 있다. ‘일본의 땅값은 교통 인프라의 수준도 높고 수요도 많은 데 비해 아직 싸다’는 것.

이 같은 흐름에 일본 언론에서는 ‘버블의 재도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는 “전체적으로 볼 때 그 토지가 창출할 현금 흐름 가치의 범위 내”라며 “리스크(위험)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라고 20일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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