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좋은 도쿄 의원전용 아파트가 텅텅 빈 이유는…

  • 입력 2007년 3월 25일 17시 05분


임대료가 주위의 5분의 1에 불과한 일본 중의원 의원 전용 아파트가 입주자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2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이 아파트에는 300가구가 거주할 수 있지만 입주신청을 한 의원은 2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중의원 전용 아파트가 '무더기 빈집 사태'를 면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주거환경이 나쁘거나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이 아파트는 도쿄(東京) 중심지인 미나토(港)구 아카사카(赤坂)에 자리 잡고 있다. 국회의사당까지 승용차로 5분 거리다.

방3개와 부엌, 거실로 이뤄진 아파트 내부 면적은 82㎡(약 25평). 얼핏 보면 대단치 않은 것 같지만 주택사정이 나쁘기로 유명한 도쿄에서 이런 주거환경은 웬만한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사치'에 속한다.

그런데도 이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도쿄 외곽의 서민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인 9만2000엔(약 73만 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중의원 전용 관사는 일본 국민들로부터 의원 특권 남용과 세금 낭비의 표본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들어가 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다음 선거에서 떨어져 나갈 '표'가 두려워 많은 의원들이 입주를 망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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