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유목민들 “작은 집이 아름답다”

  • 입력 2007년 2월 20일 2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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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달로 작은 집에 살아도 궁핍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과 더 친해질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사진작가인 존 프리드먼 씨(69) 부부는 지난해 여름 콜로라도주 텔루라이드의 한 야산에 별장을 지을 생각이었다. 적절한 부지를 찾을 때까지 살 요량으로 집을 지어 파는 업체에서 바닥 면적 6㎡ (약 1.8평)의 장난감 같은 집을 구입해 빌린 트럭에 싣고 와 설치했다.

공장에서 주문을 받아 지어 파는 작은 집들은 현대적 스타일로 여객기용 크기의 화장실과 소꿉놀이에나 사용할 법한 작은 부엌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부부는 작은 집 생활에 푹 빠져 계획했던 별장을 언제 지을지 알 수 없게 됐다.

프리드먼 씨는 "실내가 협소해 생활은 바깥에서 주로 하지만 바닥에서 겨우 90cm 떠있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천정 유리창 너머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면 이곳이 오두막 같은 순수하고 단순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별장 생활이 야외활동 위주라면 넓은 실내 공간은 그에게 어차피 낭비다. 작은 집은 유지비와 연료비도 적게 들 뿐더러 부지 조성 작업도 필요 없고, 한 곳이 머물다 싫증나면 다른 곳으로 집을 들어 옮길 수 있다. 텐트 속에서처럼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다.

미네소타 관현악단 바이올린 주자인 스페파니 아라도 씨는 위스콘신 주 서부에 약 3800만원을 들여 37㎡ (약 11.2평)의 작은 집을 주문해 설치했다. 두 아이와 함께 큰 집을 위한 부지를 조성할 때까지만 사용할 임시 집이었다. 그 후 4년이 흘렀지만 이제 집을 늘릴 생각을 완전히 버렸다. 그는 "작은 집 생활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작은집협회(Small House Society)'의 그레고리 존슨 회장은 "과거에는 스테레오 전축에 수많은 LP나 CD, 작은 서가를 이룰 만큼의 책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랩탑과 아이팟에 담을 수 있다"며 "현대 기술 덕분에 궁핍함이 없이 작은 공간에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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