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가장 쉬웠어요"…일본 대학생들은 '황금시대'

  • 입력 2007년 2월 14일 17시 55분


'대학생 전성시대.'

빙하기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긴 불황으로 몸살을 앓던 일본이 바뀌고 있다. 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크게 늘리면서 청년실업은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됐다.

또 인구가 줄어 대입수험생 수가 대학 정원보다 적은 시대가 열리면서 각 대학들도 학생들을 '신주 단지' 모시듯 하고 있다.

● '취업이 가장 쉬웠어요'

와세다(早稻田)대 사회과학부 4학년생인 야마구치 다케시(山口剛史·22), 아다치 유야(足立祐也·23), 무로타 게이스케(室田惠介·22) 씨는 지난 1년간 취업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이미 지난해 봄 야마구치 씨는 5개 기업으로부터, 아다치 씨는 2개 기업으로부터 '채용 내정' 통보를 받았다.

무로타 씨도 지난해 4월 선망하던 화학 관련 대기업에 취업이 결정되자, 구직활동을 그만두고 해외봉사활동을 하면서 대학생활 마지막 1년을 느긋하게 즐겼다.

야마구치 씨 등은 구직활동을 하면서 체감한 기업들의 '인재 쟁탈전 열기'가 상상을 뛰어넘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중견지방은행 인사 담당자는 히로시마(廣島)에서 도쿄(東京)까지 야마구치 씨를 2차례나 직접 찾아와 "취직 철이 끝날 때까지 입사할 기업이 결정되지 않으면 꼭 우리 은행으로 와 달라"고 통사정했다.

아다치 씨는 당초 일본 굴지의 대기업인 미즈호 금융그룹의 계열사에 입사할 예정이었으나, 상장 부동산회사인 아반코퍼레이션 간부의 2시간 반에 걸친 집요한 설득 끝에 결국 이 회사에 입사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는 "회사 측이 공개하기 어려운 일부 특전도 제시했지만 무엇보다 열정에 감복했다"고 말했다.

● 10명중 7명이 졸업 반년 전 취직내정

기업들의 열띤 '러브 콜(love call)'을 받는 대상은 일부 명문대 학생들뿐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자업체인 히타치는 3년 전부터 5년차 정도의 젊은 사원 1000여명을 '리쿠루터(recruiter)'로 임명해 수 십 개 대학을 상대로 인재사냥에 나서고 있다.

10여명이 1개 팀을 이루는 이들의 임무는 모교를 방문해 후배들에게 입사를 권유하는 것. 올 봄 본격 취업 철이 시작되기 전에 리쿠루터 1명당 학생 100명 씩 모두 10만 명을 접촉하는 것이 히타치의 목표다.

이 같은 인재쟁탈전은 해를 거듭할수록 거세지고 있다.

일본 경단련에 따르면 올해 3월 졸업 예정인 대학생을 채용한 기업의 비율은 94.4%로 1997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 4학년생의 68.1%가 직장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학생 환심 사기 경쟁도 후끈

시즈오카(靜岡)현에 있는 후지도코하(富士常葉)대는 올해 입시부터 면접관이 수험생의 학교까지 찾아가는 출장면접제도를 도입했다.

도쿄의 명문여대인 오차노미즈여대는 4월 입학하는 신입생 전원에게 노트북컴퓨터를 공짜로 빌려주기로 했다.

와세다대, 도카이(東海)대, 다쿠쇼쿠(拓殖)대 등은 수험료를 할인해주는 혜택을 마련했다.

재학생들에 대한 혜택을 내놓는 대학도 늘고 있다.

도쿄대는 올해부터 모든 학생에게 상해보험을 들어주기로 했다. 연간 보험료 2800만 엔(약 2억1670만원)은 대학 측이 전액 부담할 예정이다.

히토쓰바시(一橋)대는 내년부터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학부 당 2~4명씩 뽑아 월 8만 엔(약 62만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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